꽃을심는 한의원 김영주 원장 칼럼, 궤양성대장염

최병웅 | 승인 2015.10.07 05:12

▲ 김영주원장

면역질환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나와 남을 구별못하고 무차별 공격해대는 어쩌면 한마디로 미친 면역세포가 늘어가고 있는 것인데 현대인들의 정신세계와 질환도 닮아가는 거 아닌가 하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생각을 해 봤다.

얼마 전에 체구가 작고 다부지게 생기신 분이 진료를 위해 왔었다. 사람들 중에 애환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 분은 애써 벌어놨던 돈들은 어쩌다 다 없애고 공부가 부족한 탓인가 하는 원망이 들어 늦깍이 대학생생활을 하셨다는데 돈이 없어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알바를 하면서 학비를 보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이 장애인들 대소변을 닦아주고 돌봐주는 힘든 일이라 돈도 돈이지만 봉사정신 없이는 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해서 장학금도 타고 지천명의 나이에 학사학위취득도 했는데 그 고단한 일상의 문제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유산균체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장에 탈이 나서 계속 설사가 지속됐다고 한다. 하루에 열 번도 넘는 잦은 설사로 생활이 불가할 정도라서 병원을 찾으니 병명은 궤양성대장염. 대장에 염증으로 궤양이 생기는 질환인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면서 우리 한의원에 찾아와 침이나 맞아보고 싶다고 한다. 하시는 말씀이 “인제 죽을 날만 기다립니다.”이러신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궤양성대장염의 치료는 한방에서 볼 때는 어쨌거나 설사에 다름아니다. 설사가 생기는 원인은 가장 첫 번째 원인은 소장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고 2차적으로 대장점막에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한의학 <내경>에서는 “순환되지 않는 기운(濕)이 지나쳐서 비위를 공격하고 비위가 습을 받으면 소장에서 수곡이 나눠지지 않기 때문에 대장이 그대로 내려보내 설사를 하게 된다.”라고 적고 있다. 설사의 원인은 날 것과 차가운 것을 지나치게 먹거나 밤에 이불로 배를 덮지 않아서 생긴다고 했는데 가만 보면 결국은 장이 냉해져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의 경우 일단 찬것과 날 것, 매운 것은 무조건 금하게 했다. 처음엔 모든 음식을 끊고 흰 죽만 드시게 했다. 그리고 한약복용도 부담스러워 하셔서 보험약 제재와 과립제재로 나온 약을 혼합해서 투여하고 소장과 대장기능회복을 위해 대소장분기점부위와 대장인대가 자리잡고 있는 비경과 위경을 위주로 침시술을 하고 복부를 항상 따뜻하게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틀만에 복통이 덜해졌다고 말씀하시더니 일주일이 지나면서 설사횟수도 줄었다고 하셨다. 온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그 통증도 많이 감소하셨다고 좋아하셨다. 한 두어 달을 하루도 안 빼고 치료를 받으러 오시더니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좀 뜸하시다. 요즘은 약만 받아가시고 침은 거의 일주일에 한두번씩밖에 안 오고 계신다. 그래 몸이 좀 덜하시냐 물으니 “아프면 벌써 왔지요. 죽을 날만 기다렸는데 원장님이 저 살리신 거예요.”라며 고마워하시니 과분한 말씀에 나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 실력이라기보다는 치료를 해보면 사실 이런 위장질환이나 대소장의 질환 등에는 한방치료가 아주 빠르고 효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