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모녀 시신 발견

연합뉴스/뉴스에이

강화도에서 현금 1억원을 인출한 뒤 실종됐던 윤복희(47) 씨와 딸 김선영(16) 양이 실종 14일만인 1일 오전 10시 50분께 강화도 하점면 창후리의 외진 해안둑 부근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윤 씨는 지난 17일 오전 11시 30분께 자신의 집에서 딸의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조퇴시켜 달라"고 요구한 뒤 곧바로 강화읍내의 K은행에 들러 이날 오후 1시 6분께 현금 1억원을 인출했다.

인출 당시 은행 부근에 주차된 윤씨의 무쏘 차량에는 20대 또는 30대로 보이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남자 2명이 있었으며 윤씨는 이들과 함께 자신의 차량을 타고 딸을 태워 떠난 뒤 실종됐다.

◇시신발견
이번 사건을 수사해 온 인천 강화경찰서는 이날 경찰 2개 중대를 동원해 강화도 하점면 창후리 일대를 수색하던 도중 오전 10시 50분께 두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강화도 창후리 도로에서 해안쪽으로 논길을 따라 10㎞ 가량 떨어진 해안둑 아래의 후미진 곳으로, 실종 당일 윤씨의 휴대전화 발신음이 끊긴 강화도 송해면 당산리로부터 약 10㎞ 거리다.

특히 시신 발견 장소는 승용차 1대가 겨우 통과할만한 비좁은 길로 연결돼 있어 평소엔 일반인의 통행이 거의 없으나 인근에 낚시용 양식장이 있어 낚싯꾼들이 주로 이 길을 이용하고 있다.

발견 당시 김 양의 시신은 해안둑 아래 수로에 엎드린 자세였고, 어머니 윤 씨는 11ｍ 떨어진 곳에 반드시 누워 운동화가 벗겨진 채 숨져 있었으며 옷차림은 두 사람 모두 실종 당시 그대로였다.

두 사람의 시신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지만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이날 국과수에 윤씨 모녀의 부검을 의뢰했다.

◇수사
"은행에서 찾은 1억원을 남자 2명이 차로 옮겨 줬으며 이들이 윤씨를 `이모'라고 불렸다"는 은행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이들 2명의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실종사건에서 '납치.살인사건 수사본부'로 이날부터 수사본부 명칭을 바꾼 경찰은 윤 씨 모녀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됨에 따라 이미 범인들이 강화도를 벗어났을 수도 있다고 보고 시신이 발견된 창후리 일대 도로변 등의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하며 추적의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특히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점으로 미뤄 용의자가 강화지역 지리에 밝은 사람일 것으로 보고 지난 17일부터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인근 양식장을 이용한 낚시꾼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나섰다.

또 윤씨가 남편의 교통사고 사망 후 보험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두 남자의 도움을 받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보험금 관계로 윤씨와 접촉한 인물들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30년간 무속신앙에 심취했던 윤 씨가 지난 4월 초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특정종교에 빠져 있었다"는 윤씨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50대 여자가 현금 인출때 개입한 정황을 잡고 특정종교인 3∼4명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 당일 윤 씨가 딸 이외에도 4명의 사람들과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통화내역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초동수사가 제때 이뤄지질 않아 용의자 추적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이날 윤씨의 현금인출 사실을 확인한 시점에 대해 "김 양이 조퇴할 당시 '교통사고 보험금과 관련해 조퇴를 했다'는 학교측의 설명에 따라 이번 사건이 보험금 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윤 씨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뒤 20∼30대 남자 2명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8일 오전 8시 36분께 윤 씨 시어머니의 112신고를 접수한 뒤 11시 40분 '수사긴급배치' 상황을 전개하고 이날 오후 4시부터 수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이 현금 1억원을 인출한 윤 씨가 딸과 함께 남자 2명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신고접수 1시간여만에 알고도 6시간이 지나서야 수사배치를 하는 등 상황전파와 검문검색 등 초동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