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조사 전문 기관 트렌드 모니터에 의하면 카페베네(Caffebene), 엔제리너스(Angelinus), 할리스(Hollys), 스타벅스(Starbucks), 커피빈(Coffeebean) 등 국내외 커피 브랜드의 매장이 서울에서만 1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하루 방문자는 35만명 정도 이고 19-44세 성인 남녀 중 24%가 일주일에 2-3회, 23%는 일주일에 한번 커피전문점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커피 홀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 이들은 하루에 한 잔씩 커피를 마셔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공허함을 느낀다고 한다. 커피홀릭들에게는 커피가 밥보다 더한 에너지를 주는 생활의 원동력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이야기는 커피가 유행이고 커피 전문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철 지난 얘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커피를 즐기던 곳은 주로 빌딩이 들어 찬 도심 한복판 이었다. 즉, 이전까지의 커피는 빌딩 숲 사이에서 멋진 외산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멋지게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의 상징이었다.

대한민국에게 커피는 도시이고, 세련됨의 정석이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서 커피를 먹던 우리들에게 긴장이 필요한 순간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커피는 더 이상 도시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큐 인생 2막’에는 치열한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강릉에서 커피를 볶고 있었다. 강릉에 위치한 커피 팩토리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는 9년 전 잘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내려와 매일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강릉의 또 다른 커피 전문점 ‘커피커퍼’의 김준영 대표 역시 커피에 관한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어 한국에서 커피나무를 키워 원두를 생산하는 데 이르렀다. 3년 전부터 매일 커피를 수확했지만 로스팅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끈질긴 노력 끝에 올해 그 결실을 봤다. 결국 생두를 얻고 로스팅 후 에스프레소를 뽑아 ‘토종 한국산’ 커피를 만들어 냈다.

원두를 로스팅 할 땐 10초만 놓쳐도 탄 향이 배어 못 쓰게 ? 퓜퓐?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원두 볶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김용덕씨, 모두가 안 될 거라 했던 커피나무를 가지고 매년 분갈이와 발아 과정의 시행착오를 거쳐 늦게나마 성과를 얻어낸 김준영 대표는 커피의 볼모지라고 할 수 있는 강원도의 해안가에서 커피 마을을 이루어낸 장본인들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서울에서 한참을 떨어진 강릉에는 어느덧 90여개가 넘는 커피 전문점이 생겼다. 대부분 홍대나 이태원 못지 않은 멋진 인테리어에 직접 볶은 원두나 숙련된 기술로 만든 정성스런 커피를 손님을 위해 내어 놓는다.

그리고 그 맛과 풍경을 잊지 못해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강릉을 찾는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인 강릉에 뿌리내린 커피 문화는 새로운 상징이 되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강릉은 커피 도시가 되었다.

강릉에 자리 잡은 커피 전문인들은 최근의 기세를 몰아 2010년 제 2회 강릉 커피 축제를 연다. 기간은 10월 22일부터 31일 까지 10일간이다.

커피 전문점이 모여 있는 강릉항을 중심으로 커피 전문점을 탐방하는 ‘커피 여행 스탬프 밸리’, 유럽 커피 문화의 원형인 터키, 이스탄불을 비롯한 커피 유물을 볼 수 있는 ‘커피 유물 대전’, 생두를 볶아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로 추출하여 직접 커피를 만들어 보는 ‘커피 추출 체험관’ 등 커피의 역사, 커피의 제조 과정 등에 관한 전반적인 프로그램들이 준비 되어 있다.

커피나무도 나누어 주므로 커피를 즐기는 ‘커피 홀릭’이라면,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커피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커피는 도시인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했고, 생활 속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도시의 상징이 되어 지역 브랜딩의 핵심 요소가 되기도 한다. 더이상 커피는 커피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 커피가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힘을 지니게 될 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형섭 기자  070@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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