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박사/보성남초등학교장 문덕근

교육전문가들은 부모와의 대화, 독서습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학업성취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 중 유대인의 가정교육을 자녀 교육의 모델로 예를 들곤 하는데, 유대인들의 가정에서는 저녁 식사를 온가족이 함께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식사 시간은 부모와의 대화, 질문, 토론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대화는 부모와 자녀 간의 생각을 공유하게 만들며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를 가져 오고 학교공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긍정적 교육 효과의 하나인 공부에 대한 인상적인 글을 꼽으라고 하면, 당송 8대가 중 한 사람인 韓愈의 ‘符讀書城南’을 말할 수 있다. 韓愈가 아들 성남에게 독서를 권유한 글의 구절 중에, ‘神馬와 飛黃은 높이 뛰어 내달릴 뿐 두꺼비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결국 ‘한 사람은 말의 고삐 잡는 시종이 되어 채찍을 맞기도 하며 등에서는 구더기가 끓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三公 宰相의 고귀한 사람이 되어 대저택의 깊은 곳에서 의기양양하게 지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배우려고 하는 것과 배우지 않는 것의 차이다. 金이나 玉이 귀한 보배라고들 하지만 너무 쉽게 쓰게 되고 깊이 간직하기는 어렵다.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다.

그 몸만 있으면 아무리 써도 남음이 있다. 학문을 자신의 몸에 습관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인류가 세상에 남긴 말 중에 ‘공부’에 대해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한 말은 공자의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한다. 아무리 배워도 생각하고 이치를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부’라고 하면 시험 성적, 학벌, 자격증, 토익 점수 등 스펙 쌓는 것을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배우는 것’, 즉 누군가 가르치는 내용을 무조건 흡수하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쓰는 學習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시작되었다. 즉 배우고 그것을 제때에 실행하면 즐겁지 아니한가의 뜻이다. 그렇다면 공부는 배운 다음에 반드시 익힌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실제로 ‘習’자는 두 개의 날개로 나는 형상이다. 새를 관찰해보면 아기 새는 어미 새가 날개 짓 하는 것을 보고 날개를 움직여 파닥이면서 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스스로 날개를 파닥이며 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아기 새는 영원히 날 수 없는 것이다. 수영 코치에게 수영을 배우며 그의 수영법을 외워도 자신이 실제 물에 들어가서 물을 먹어가며 익히지 않으면 헤엄을 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공부는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의 두 날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배우는 것만 공부라고 여기고, 생각하고 익히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으니, 실제 삶에서는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부는 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익히고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교육과정과 방과후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익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또한 익힌 것을 실천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보성읍민의 날 축제에 클래식 난타와 합창공연을 위해 참가했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미친 듯이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를 많은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 보이면서 그들의 반응에 감격하고 마음 뿌듯해했었다. 배울 때의 과정은 비록 힘들었지만 그 열매로 인해 아이들은 행복했었고, 자신들이 더 노력하고 열심히 배운다면 이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처럼 무슨 일이든지 미쳐야 이루어 낼 수 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도 미래학교의 실현도 더 나아가 글로벌 인재 육성도, 결국은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미쳐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미친다는 것은 원래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즉 일상적으로 행하던 일을 포기한 상태,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일에 집착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공부는 좀처럼 미치기가 쉽지 않다. 공부에 미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통해 아는 것이 깊어지면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기는 것이다.

첫 단계에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거나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방황하기도 하고, 머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무능을 탓 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넘어 제대로 몰입하는 순간 새로운 공부의 세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때부터 대학은 어느 대학에 가야만 된다는 식의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엄마들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더 나아가 ‘공부는 학원에서, 잠은 학교에서, 내가 할 일은 엄마가 알아서’라는 지적이 우리 교육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학교 내부를 들여다보자. 물음이 없는 교실, 토론 없는 수업으로 대표되는 문화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문제해결력, 창의성을 발현하는 인재가 길러지겠는가? 주입식 교육, 정답을 쫓는 교육과 학습 형태, 호기심과 엉뚱한 발상을 무시하는 현실에서 조금씩 탈피할 때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교사가 바로 서야 학생들을 바로 세울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나치게 번성한 키치(모방)문화가 창의성 저해의 한 요인이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창의성을 말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창의성 신장은 키치가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경험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동물원에 가서 사육되는 동물이 관광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장면에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들녘에서 만난 황새가 미꾸라지와 우렁이를 잡아먹는 모습에서 창의성이 싹트는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창의성 신장을 위해 수많은 형태의 체험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과제로도 부과되고 있다. 주말이면 부모들이 학생들의 손을 잡고 유적지 답사를 가는 풍경이 주 5일제 학교의 한 풍경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손에 들린 것은 유적지 답사기라는 이름의 책 한권과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메모장이다. 학생들은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읽고, 디지털 카메라로 생각 없이 복제하고 안내원의 설명을 그대로 베껴서 암기하는 식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의성이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과정을 철저히 준비하고 학교 경영자의 철학이 미래 사회를 지향하고 실천을 담보로 해야 한다.

또 내용면에서는 다양한 경험, 독서, 체험, 놀이 등을 교육과정에 녹아나게 해야 한다. 학교는 창의성이 자랄 토양을 기름지게 가꾸어야 한다. 또한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을 통해 싹이 돋아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용기 있게 멀리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초조하게 굴지 말고, 먼저 말하지 말고, 지나치게 나무라지 말고 말이다. 자녀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생각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며,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배려해주어야 한다.

이제는 최고를 베끼던 ‘따라 하기’ 방식을 버리고 ‘오리진’이 되어 미래에도 통할 놀라움(wow)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2011년을 살면서 2020년 사람들의 생각을 해내는 것이 바로 'future marking'이다.

'남보다 뛰어나게'가 아니라 '남과 다르게'라는 말을 유념해서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말처럼 1년 365일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다. 독서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하나의 방법이다.

공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