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학박사/전남교원단체총연합회장/보성남초등학교장 문 덕 근

중국 속담에 망양보뢰 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양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의미로 우리의 속담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이 말의 본래 의미가 왜곡되어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잘 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국책(戰國策)’ 중 ‘초책(楚策)’에 나오는 말로 ‘산토끼를 보고 사냥개를 찾아도 늦었다고 할 수 없고, 양을 잃고 우리를 고쳐도 늦었다고 할 수 없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난관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어’라는 생리적 접근 방식의 원인 분석을 통하여 해결책을 찾는 ‘병리적’ 접근 방식으로의 사고 전환이 시급하다.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먼지 속의 문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하면 대들기 일쑤고, 선생님을 폭행하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교육은 이어달리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존경하고 배울만한 지혜를 가진 어른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우리 학생들은 주위 어른들의 언행, 더 나아가 통신 매체 등으로부터 삶의 양식을 배운다. 그런데 학생들은 쉼 없이 보도되는 부정, 부패, 비리, 폭력 등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이다.

본래 배움의 영어 단어인 Learning은 Lee+Learning의 뜻을 지닌다고 한다. 학생들은 주위 자연 환경과 인적 환경을 보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역민들의 삶의 태도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인 것이다. ‘학교는 지역민이 만든다.’는 아프리카 속담이나 ‘모든 아이는 우리들의 아이다.’라는 스웨덴의 교육 정책이 주는 의미를 음미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학교 문제가 교육관련 공동체의 손을 떠나 경찰력으로 해결하려는 지경에 이른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들로부터 학생 지도를 담당하는 책임자들에 이르기까지 도덕성 상실과 함께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것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도덕성은 도덕적 가치, 판단, 그 행동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한 개인의 성격에서부터 구체화되는 행동이 사회적인 가치기준으로 판단되는 시점에 개입한다. 즉 남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신의 윤리적 가치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이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구성원이 있어야 가능한 것, 오늘날의 사회에서 구성원 등은 각종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사회 위기를 맞아 사회 해체에 직면할 수도 있고, 사회의 대응양식에 따라서 위기를 무난하게 넘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는 몸에 탈이 없이 튼튼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가 건강하다 함은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과 더불어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협동하고 인내하며 타협해서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간의 인격을 존중하고 구성원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체계(공동체)로서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의 개념을 함축하여 키워드(keyword)를 ‘소통’, ‘존중’, ‘상호작용’ 이라고 이야기 하련다. ‘소통’은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우에나 막힘이 없이 자기의 생각을 ‘존중’, ‘상호작용’ ‘소통’과 ‘존중’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개개인의 발달의 총합으로 한 사회가 체계를 이룬다는 생각에서이다.

여기에다가 여러 연구자들이 말하는, ‘건강한 사회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건강한 사회가 건강한 구성원만의 형성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식적인 노력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 함에 주목하여 사회의 건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도덕성이 움트지 않는 한, 건강한 학교 문화는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도덕성에는 성실, 친절, 배려, 인간존중, 준법정신 등이 있다. 이러한 능력은 체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어떻게 다른 학생들과 잘 지낼 수 있는가? 함께 토론하며 이를 직접 실천해 보려는 경험 속에서 길러진다. 과연 건강한 학교 문화의 창조로부터 건강한 사회 문화가 어떻게 창조될 것인가?

기초․기본 질서의 정착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어른들의 실천 괴리에서 왜곡된 문화가 만들어진다. 우측 보행을 해야 한다고 학교에서 배우지만 어른들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무단 횡단을 하고, 학생들이 규칙과 질서를 어기는 모습을 보고 지도하기는커녕 자연스러운 사회화의 형태로 인식하는 것을 자주 본다.

다수를 따르는 심리, 즉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심리를 조장할 수도 있다. 다수를 따르려는 심리는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책임분산효과’로 인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동일한 잘못을 범할 때 이 일의 책임이 분산되고, 모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자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쉬운 곳에서 시작하고 큰일을 이루려면 작은 곳에서 시작하라고 말했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형성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사소한 것에서 형성된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마치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다. 어린 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좀 먹으면 나아질 사소한 병이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폐렴으로 발전되어 큰일이 될 수도 있다.

학교 폭력 근절! 과연 이런 구호로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다. 입보다는 귀를 열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말, 고민, 어려움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부터, 더 나아가 ‘그렇구나!’, ‘그런 어려움이 있는지 정말 몰랐어, 미안해’하는 대화로부터 학생들의 갈등, 왕따 등이 근절되리라 생각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말, 모습, 표정에서 학생들의 삶을 읽어내고, 마주하고 내미는 손에서 학생들이 겪는 ‘얼음기둥’이 녹아내리고, 맞이하는 어른들의 따스한 손과 얼굴, 말씨에서 학생들의 파랗고 희망찬 내일이 열리리라 생각한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다’라는 생각의 실천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큰일을 성취하는 것은 마치 학문하는 것과 같다. 학문을 닦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어 단어 하나를 암기하는 사로한 일로부터 시작하여 실력을 조금씩 쌓아갈 때 비로소 대학자로 태어나는 것이다. 고승덕 국회의원이 대학 시절에 행정, 외부, 사법 고시를 합격한 이야기에 보면, 자신은 언제나 다른 사람이 한 것보다 10분씩을 더 하는 것을 죄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타이완 플라스틱그룹을 설립하여 수십 년간 플라스틱 업계를 제패한 왕융칭은 ‘내 일은 큰 정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늘 사소한 관리에 관한 일’이라고 했다. 미미한 수준인 것 같지만 오래 지속되면 물 한 방울이 강을 이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란 없다. 다만 가볍게 보아 넘기기 때문에 결국 어려운 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원래 큰일이란 없는 것이다. 어려운 일을 어렵지 않게 만들고 큰일을 크지 않게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디테일의 법칙이다.

학교 폭력도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기초,기본 지키기, ‘마을 사람들이 학교를 만든다.’,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다.’라는 의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을 어렵지 않게, 큰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길임을 명심하여 도덕성과 건강함이 넘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