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18일 “김 내정자의 발언을 볼 때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이 왜 필요한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김 내정자가 자신을 여전히 대통령의 경제수석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한국은행 총재는 통화발행 확대나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에 맞서서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강단이 필요한 자리인데, 김 내정자가 과연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와의 긴밀한 논의와 협조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의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이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됐을 때 정부와의 원활한 정책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한쪽이 우월한 위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으면서 논의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논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FRB 전 의장인 그린스펀이 당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저금리 정책을 추진했고 이 때문에 부동산 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고 지적하며 “중앙은행이 정부와 유착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더욱더 큰 또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내정자가 시사한 ‘저금리 기조 유지’와 관련해서도 이 의원은 “경기순환 사이클은 차츰 짧아지는 반면 금리정책 효과를 나타내는 시차는 오히려 길어지고 있다”면서 “만약에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감지된 후에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려 한다면 이미 때가 늦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김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친정부 인사지만 학자 출신이고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믿고 있었는데,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며 “우리가 늑대를 피하려다 간교한 여우를 만난 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김 내정자가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기획재정부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런 말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무지한 것이거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뭔가 오해가 있었다면 빨리 풀어주기 바란다”며 “만에 하나라도 김 내정자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그랬다면 사퇴하는 것이 한국은행을 위해서도 좋고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한국은행과의 관계는 정부내 부처간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는 국민의 기본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이 금리나 통화정책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정책위의장도 “대통령 측근인사 임명으로 한국은행이 정권의 ‘부속 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대통령의 경제 참모 출신이 직접 한은 총재로 임명된 경우는 드물다”며 “청와대나 정부관료 출신보다는 학자나 내부인사로 임명해 온 것이 관례인데 과연 대통령의 측근인사로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또 “금융 비전문가로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동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금고를 지키는 사람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행정부로부터도 독립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들의 인기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는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위원장 배경태)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 내정자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한국은행이 정부와 협조관계를 유지하여야 함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상호견제 관계에 있다”며 “협조관계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정책을 실기한다면 그 후유증은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김 내정자는 한국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스스로 행동으로 불식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를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독립성은 전임 이성태 총재보다는 좀 약하겠지만 정부의 정책과 한국은행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통화금리정책을 펼 것으로 본다”며 “대체로 무난한 인사”라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KBS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독립성만 주장하면서 다른 정부 정책들과 엇나가게 되면 경제운영이 굉장히 어렵게 된다”며 이같이 말하고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물가안정 외에도 경제활성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간의 협조와 조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와 관련해서도 나 의원은 “세계경제의 불안정 요소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자칫 조급하게 금리 인상을 했다가는 경기침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김 내정자의 의견에 적극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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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기자 leeghkru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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