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관 원장

인류 역사상 포경수술은 가장 오래된 수술 중 하나입니다. 신석기 시대의 중동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신에 대한 헌신을 약속하는 종교의식, 통과의식으로 주로 이슬람교와 유대교 문화권에 국한되었지요. 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다른 영어 문화권으로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영향으로 1945년경에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포경수술 시행빈도는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방학이 오면 초등학교 남학생이 어머니 손을 잡고 비뇨기과를 찾는 모습은 그다지 낯선 광경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남성 중 약 60%, 20대의 경우 80% 이상이 포경수술을 했다는 연구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슬람 문화권이 아닌 우리나라에 포경수술이 이처럼 많이 행해진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들 중에서 포경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정말 포경수술은 꼭 받아야 할까요?

먼저 포경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포경'이란 음경을 둘러싸고 있는 포피가 음경에 비해 길어서 음경의 앞부분인 귀두를 덮고 있고, 이로 인해 피부를 뒤로 제쳐도 귀두가 노출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또 포경은 진성포경과 가성포경의 두 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가성포경은 평상시에는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지만 손으로 포피를 당기거나 발기했을 때 정상적으로 귀두가 노출되는 경우입니다. 반면에 진성포경은 포피가 귀두를 감싸는 정도가 심하여 포피를 당겨도 귀두의 노출이 매우 적으며, 심지어 발기까지 어려운 경우입니다.

따라서 포경수술의 대상은 진성포경을 가진 남성입니다. 과다한 포피를 수술을 통해 절제해 주는 것입니다. 수술을 하지 않고 포경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포피가 음경을 꽉 조여 발기는 물론 음경의 발육에 지장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여 요로감염을 일으키거나, 귀두나 포피 사이에 세균이 번식하여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성포경일지라도 진성포경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수술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귀두 포피 끝에 열린 부분이 좁아 소변을 보는 데 문제가 있는 경우 ▶귀두와 포피 사이에 농이 찰 정도로 염증이 심한 경우 ▶포피가 너무 짧아 음경 발육에 지장이 있는 경우 등이 발견된다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에 유의하여 아이의 음경 상태를 수시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 포경수술은 두터운 음경 주위 지방층에 의해 음경 자체가 안으로 말려들어간 함몰음경(자라고추)이나 요도입구가 정상보다 아래 혹은 위에 위치하는 요도하열, 요도상열 등의 질환을 가진 경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해 전문의와 면밀한 사전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에는 '무통포경수술'을 통해 수술 중 초래하는 통증이 많이 감소되었습니다. 시술시간이 약 20분 정도로 매우 짧고 수술 직후 일상생활을 하는데 거의 지장이 없으며, 2-3일 정도면 샤워가 가능하고, 1주일 정도면 목욕이 가능합니다. 통원치료는 수술 후 1,2회 정도로 충분하며 그 이후는 대개 자가 치료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단, 포경수술은 예민한 부위의 시술인 만큼 전문의의 세밀하고 정교한 기술을 통해 통증과 상처, 출혈 등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분야에 임상경험이 깊은 숙련된 전문의와 상의하여 안전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를 희망합니다.

<글>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