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숙희 교육학 박사

나긋한 바람이 부는 오후, 고즈넉한 돌담길에 피어난 가시 돋친 진홍빛 장미꽃이 한창 뽐을 내고 있다. 하지만 장미꽃이 오늘은 유난히 독가시를 품고 있는 듯 해보였다.
 
최근 유독성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들의 부도덕한 범행 전모가 검찰에 의해서 파헤쳐지고 있다. ㅅ대학교와 ㅎ대학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조사하는 실험이 맡겨졌다. 그러나 검찰에 제출한 실험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고, 그 유해성을 알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실험 결과는 은폐 되었다.
 
유해물질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승인을 받고 버젓이 유통되었다. 2011년에 정체불명 폐질환으로 100명이 넘는 영유아와 산모가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왜 이제야 원인 규명이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애꿎은 백여 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모 교수는 보고서를 써주고 정당한 자문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세상이 떠들썩하더니 지금은 조용해졌다.
 
숨기고, 삭제하고, 조작하는 형태들의 민낯,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걱정이 된다. 도덕적 해이란 자신이 하는 어떤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양심을 버리는 행위다.
 
현재 우리사회는 도덕적으로 바르지 않고 이런 저런 거짓과 허위, 몰염치, 기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었는데도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지금으로 부터 약 2500년 전 공자(孔子)의 7대 손 공빈(孔斌)이 고대 우리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서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에서 공자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에 살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그곳은 이미 내가 말하는 예(禮)가 가득 찬 곳이다. 저런 나라를 닮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자가 말한 동방예의지국이 바로 우리나라, 단군조선을 가리킨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사상적 수준이 중국보다 더 높았을 수도 있었다는 추측을 하는 것이다. 공자는 ‘예(禮)’를 실천하는 것이 ‘인(仁)’이라고 말했고 이는 인간의 내면적인 도덕성이라고 말했다. 즉 나쁜 마음을 누르고 ‘예’를 실천하면 다시 ‘인’을 찾게 되어 혼란한 세상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우리사회가 자행하고 있는 도덕적 해이가 쌓일 경우 더 큰 도덕적 해이의 어두운 그늘이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남의 불행보다 자기 자신의 손톱 밑 가시가 다급할 경우 우리사회는 더욱 더 암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