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남초등학교 교정

많은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믿고 기다려 주지 않는 조급함이라고 말한다. 믿음(信)이라는 글자는 사람(人)의 말(言)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사람을 신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뜻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오늘날까지 소개 된 많은 성공철학의 핵심은 ‘인생은 생각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며,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전에 ‘一年之計로는 농사를 짓고, 十年之計로는 나무을 심으며, 百年大計로는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그만큼 가정이나 국가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기본은 무엇일까? 인성이다. 人性이란 人事 잘하기, 約束 지키기, 淸掃 잘하기가 아닐까 한다.

외국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도 여러 해 동안 아는 사이인 것처럼 인사를 한다. 서로 아는 사이일지라도 만났을 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서먹해지고 만다. 약속을 지키는 것과 청소 잘하기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새해만 되면 전국적으로 모든 市?道敎育廳과 교육지원청, 학교에서는 교육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생각하고 계획하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이 인성교육일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그 노력만큼 제대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상에 근거하여 논리화된 인성교육의 내용이 학문적으로 거의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현용수 교수는 말하고 있다.

논리는 사고의 구조를 설명하는 도구이다. 논리는 곧 사상의 내용이 얼마나 깊고 넓은가를 조직적이며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도구다. 따라서 사상과 논리의 관계는 떼어 놓을 수 없다. 유대인이 투철한 사상을 갖고 있는 이유도 자신들의 신본주의 사상에 근거하여 정리된 논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人性은 사람의 성품(character)을 가르친다고 되어 있으며, Widiger, Verheul and Brink(1999)는 성품을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타인과 관계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정의하였고, Cross and Markus(1999)는 ‘개인의 삶에 방향과 모형(일관성)을 주는 지식과 감성과 행동의 복합적인 조직’이라 하였다.

현용수 교수는 사전과 학자들의 정의를 토대로 인성교육이란 ‘도덕적 인격을 형성하는 내면적 성품, 성질 또는 성격 및 강한 의지를 계발하고, 이를 외면적으로 착한 행실로 나타나게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였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왜 인성교육이 필요한가? 우리가 어느 마을을 방문하거나 어떤 단체를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마을 입구에 가면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표지판을 볼 때가 있고, 또 어떤 단체를 방문하게 되는 경우, 그 사람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태도가 다름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까? 만약, 어떤 마을이 ‘범죄 없는 마을’로 이름이 지어졌을 때에는 마을의 어떤 분이 처음으로 제안을 하였을 것이고, 그 제안을 마을 사람들이 받아들였을 것이며, 마을 모든 사람들은 새로 태어나서 성장하는 청소년들과 새로 이사를 온 사람들에게 부단히 교육을 시키고, 또한 실천하게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운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기관의 운명도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고들 한다. 이처럼 한 인간의 인성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그 지역사회 및 기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큰 인물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도 엄청나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기본이 있다.

일을 배울 때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이 중요하다고 한다.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인성이 바로 서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성은 가족생활, 학교생활, 결혼생활, 직장생활 등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인성교육은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켜야 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쌍둥이도 세대차가 많이 나서 말이 안 통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정의 경우, 시어머니, 며느리, 손녀 3대 간의 사상과 생활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한 지붕 속에 3대의 문화가 상존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지시하면 며느리는 ‘어머니, 그것은 구식이에요’라고 말한다. 또 어머니가 딸에게 충고하면 ‘어머니는 요즘 세대를 너무 몰라요’라고 말한다. 種豆得豆 즉,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다.

저녁 식사 때 아이들을 위해서는 샌드위치를, 어른들을 위해서는 김치찌개를 준비하는 가정이 있다. 한 가정에서 어른들 식사와 자녀들의 식사가 다름은 대화의 소재가 다르고 거기에 따른 논리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습관에 의해 길들여진다.

식습관을 통해 자녀를 살펴보면, 자녀가 어렸을 때 부모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식으로 식사를 했는지 가족 간의 대화 형태는 어떠했는지를 유추해낼 수 있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의 모든 습관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볼 때, 가정에서의 공유하는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세대 차이는 왜 생기는가? 인성교육의 내용과 형식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문화에는 인간의 내면적인 것들에 가치를 둔 수직문화와 외면적인 것들에 가치를 둔 수평문화가 있다. 중요한 인성교육은 깊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사람이다.

즉 깊은 생각, 바른 행동을 하는 자녀로 키우는 것이다. 현대 교육의 문제는 얕은 생각, 제멋대로의 행동이라 생각한다.

수직문화의 교육은 항상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바보스러워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자녀를 현명하게 기르려면 생각하는 인간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인간성에 바탕을 두었을 때 목표가 생기는 법이다. 내가 이 일을 하면 부모님이 기뻐하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행동이 저절로 우러날 때 갈 길의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다. 형제들이 저렇게 잘하니 나는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지닐 때, 잡념 없이 더 정진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 인간이나 한 민족은 자신들이 준비한 그릇만큼 쓰임을 받는다. 흔히 그릇이 큰 인간을 평할 때 선이 굵다고 하는 사람들은 수직문화가 잘 형성된 사람이라고들 한다.

심연의 가치와 지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서 선과 악이 무엇이고,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유익한지를 분별하여 유익한 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심연의 가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자신의 전통, 클래식, 뿌리, 효도, 역사 등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인성교육의 시기는 언제가 가장 적합할까? 전문가들 13세 이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시기에 경험하고 생각한 문화나 가치관들은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독서 지도 원리에 ‘古七現三’이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읽힐 책이 10권이라면, 고전은 7권, 현대의 책은 3권을 읽히라는 말이다. 고전에 심취하여 밤을 새며 읽고 때로는 주인공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 때 경험했던 작품의 세계는 지금까지도 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침을 느낀다.

요즘 아이들은 고전보다는 글자 수가 적은 만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더 나아가 TV를 많이 시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많았다. 라디오 내용은 그림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태어나거나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상상하는 상황이 다름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TV 화면은 동일한 화면을 제시하여 사람들이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따라서 TV를 많이 시청하게 되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 그래서 TV 시청은 주관자가 아니라 수동적인 방관자의 자세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해당되지 일에는 무관심을 나타낸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나 인간의 생명을 위해하는 사건의 경우에도 눈을 감아 버리게 만든다.

따라서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라고 묻는다면 ‘언어, 행동, 복장이 그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생각이 말로 이어질 때 예의 바른 말이 나오며, 인간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고 하기 때문에 그 말에 알맞은 행동과 복장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서양의 언어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생활 방식의 틀 속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라고 말하였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언어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이념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이런 속담이 있다. ‘울타리 하나에 세 개의 말뚝이 필요하고, 대장부 하나에 세 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람이 성공을 도모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성교육의 문제는 실천하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 즉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모범을 보이는 것은 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지만 가장 효과 있는 교육방법 중의 하나이다. 모범은 열 마디 말보다 훨씬 더 영향을 미친다. 타이름과 말로써도 우리에게 행동을 지도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면서 습관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함께 생활하는 것 자체가 말없이 지속적으로 보이는 모범적인 삶의 모습이다.

나는 언제나 교육사회가 아닌 학습사회를 강조한다. 인간의 가장 큰 병폐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은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가르치려 드는 것을 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좋은 가르침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 영향력은 미미한 것이다.

사람은 귀로 듣는 것보다는 눈으로 보는 것을 통해서 배우는 경향이 짙다. 직접 보는 것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나 남에게서 들은 것보다 훨씬 깊이 각인된다. 특히 어린 초등학생에게는 눈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주요한 창구가 된다. 어린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흉내 낸다.

곤충이 먹이로 먹고 있는 나뭇잎의 색깔을 몸에 띠게 되듯이 어린이들은 무의식중에 주위 사람들을 닮게 된다. 아무리 학교에서 효율적으로 학교 교육을 하더라도 어른들이 보여주는 본보기만큼 어린이들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우리가 속해 있는 작은 집단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사회 전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튼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는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한 번 보여준 본보기는 다른 사람의 생활에 침투해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남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금방 잊어버리지만, 교사가 일상생활에서 본보기로 보여준 행동은 학생들에게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학생은 자신의 모습을 미래에 그대로 반영하는 보여줄 분신인 것이다.

우리의 말과 행동은 우리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삶에도 무의식중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는 우리 교직원들의 말과 행동은 연속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결과의 끝을 추적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

현재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고 선조의 생애와 모범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일상 활동도 미래 사회의 조건과 성격 형성에 이바지하게 된다. 인간은 지나간 세월 동안 축적된 문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원숙해지는 열매다.

현재 살고 있는 세대는 행동과 본보기로 자석의 힘을 발휘해 지나간 과거를 까마득하게 먼 미래와 묶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행동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비록 분해되어 티끌과 대기 속으로 사라진다 해도 착한 행실이나 나쁜 행실은 열매를 맺어 다가올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좋은 습관을 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습관은 나무껍질에 새겨놓은 글자처럼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고 크기가 커진다. ‘어린 시절에 올바른 길을 가도록 훈련시키면 나이가 들었을 때에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작은 그 안에 끝에 있다.

인생길은 처음 출발할 때 여행 방향과 목적지가 결정된다. 첫걸음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이탈리아 시인 Metastasio가 주장하는 ‘인류의 모든 것은 습관이다. 어떤 미덕도 습관일 뿐이다.’라는 말의 의미와 일치하고 있는데, 인성교육은 습관형성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좋은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서 자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와 행동을 본받아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우리 교직원들의 행동과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논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과 사귀느냐, 나쁜 사람과 사귀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때로는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저명한 정치가 Sydenham 박사의 말을 귀담아 듣는 교직원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생들을 대하는 언어, 태도, 표정의 중요성을 생각하자.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다.

교육전문가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예술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Emotional Labor를 발휘해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행동’으로는 신뢰를, ‘입’으로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서, 모든 어린이가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여 언제, 어디서, 더 나아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램이다. 

문덕근 칼럼  070@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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