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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트럼프의 同舟相救: 일본의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 구매의 허와 실
김치영 박사 | 승인 2019.09.02 22:11
김치영 경제학 박사aT 국제곡물정보분석협의회, 전문위원 (전) 한국사료협회 이사, 구매물류본부장
■ 아베 신조의 엎질러진 물
 
지난 8월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농산물 구매약속을 지키지 않아 남아돌고 있는 미국산 옥수수를 일본이 모두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아베신조 총리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주겠다고 약속한 옥수수는 270만 톤으로 일본의 사료용 옥수수 수입량의 3개월분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 후 정작 수입해서 사용해야 할 일본의 사료업체나 곡물기업들은 발표 내용을 확인하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자국 총리가 밖에 나가 엎질러 놓은 물을 어떻게 쓸어 담아야 할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은 “일본은 이미 1000만 톤 이상의 미국산 옥수수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수입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번 옥수수 추가구매는 통상적인 구매물량을 앞당긴 것에 불과하며 이를 판매할 곳이 정해져 있지도 않으며, 수입한다 하드라도 창고 보관료도 문제이고 다른 나라에 파는 것도 쉽지 않다며 사태의 뒤처리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 내 해충이 발생하여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여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전혀 생뚱맞은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발생한 해충 피해는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해충 피해를 입은 일본의 옥수수는 사일리지와 같은 조사료 용도로 미국이 수출하고자 하는 배합사료 원료인 농후사료 옥수수와는 전혀 다른데도 이 같은 내용조차 분별하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만 쏟아 내고 있다.
이는 마치 일본이 한국에 대해 서둘러 반도체 소재 수출을 중단해 놓고 한국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자 국가 간 계약이 지켜지지 않을 만큼 신뢰가 무너졌다느니, 수출 상품의 관리체제에 문제가 있다느니, 나중에는 수출중단이 아닌 절차를 강화하는 것뿐이라며 수시로 말을 바꿔가며 이치에도 맞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던 아베총리와 그 측근들의 판박이를 보는 듯하다.
최근 들어 계속되는 이 같은 헛발질에 허둥대는 일본의 아베 내각을 바라보노라면 과연 지금의 일본이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섬세하고 질서 있는 일본이 맞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러다 보니 혹시 지금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저 같은 불만과 비난마저도 고도의 생색 내기용 연출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제 일본은 지도자의 깃발만 보고 따라가던 획일화된 틀에 갇혀 정책결정의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빼앗긴 삼류 국가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 몰라서 속는 건지 알면서도 속아 주는 건지?
 
일본의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 추가구매를 둘러싸고 일본 내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통령 재선을 앞 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미국 중서부 콘벨트(Corn Belt) 지역의 옥수수 재배농민들은 전혀 예기치 못한 아베의 선물을 크게 반기면서, 침체된 수출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며 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의 아베 내각이 진정으로 자국의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가며 미국 농민과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일까.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추가구매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오래 동안 곡물 구매에 관여해온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금번 일본의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 270만 톤 추가 구매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 놓은 트랩(Trap)에 걸려 돌이킬 수 없는 실언을 했거나, 아니면 술수에 능한 일본의 아베총리가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을 빤히 잘 알면서도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장사 속이 밝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얄팍한 꼼수에 속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아베와 트럼프는 금번 일본의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 구매가 결코 손해 볼일 없는 ‘누이(아베) 좋고, 매부(트럼프) 좋고’ 식 이벤트인줄 알면서도 서로 정략적으로 속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 일본의 국민 1인당 배합사료 생산량 한국보다 낮아
 
일본은 한 해 약 1000만 톤가량의 사료용 옥수수를 수입해 오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오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일본은 2380만 톤의 배합사료를 생산했으며, 배합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사료용 옥수수 1132만 톤을 수입했는데 그 가운데 미국산 옥수수가 1075만 톤으로 95%를 차지했고, 나머지 43만 5천 톤이 브라질과 남아공으로부터 수입했다.
때문에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270만 톤의 사료용 옥수수를 추가로 구매할 경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는 옥수수를 대체 한다 하드라도 대체 가능수량은 50만 톤도 채 안되기 때문에 추가로 수요량을 창출해 내지 못하면 창고에 쌓아 두던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 팔던지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산 옥수수를 추가로 사용해줄 일본의 사료업계는 이미 배합사료 생산량이 1980년대에 피크를 기록한 이래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오히려 그 사이 우리나라의 배합사료 생산량은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과 축산물 수요증가에 힘입어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 결과 지난 해 우리나라는 1,983만 톤의 배합사료를 생산하여 일본의 2,380만 톤에 근접해 가고 있으며, 2018년 현재 일본의 인구는 1억2685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1인당 배합사료 생산량은 일본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본의 가축 사육두수가 크게 늘어 난 것도 아니고, 사료공장이 새로 신설된 것도 아닌데, 무슨 재주로 아베수상이 270만 톤의 옥수수를 추가로 수입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일본의 축산 및 사료산업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합리적인 의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 신규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한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추가적으로 270만 톤의 사료용 옥수수를 미국으로부터 사주겠다며 생색을 내고 있는 이면에는 무언가 꼼수가 숨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 현실적으로 일본은 옥수수 270만 톤을 사료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많은 양의 곡물을 보관할 저장시설도 없다. 그래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곡물을 쌓아둘만한 비축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한국의 하역회사를 기웃대던 일본이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을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것은 자국 내 창고에 쌓아둘 것도 아니면서 통상적인 구매 물량을 앞당겨 구매하고 발표만 앞당기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말장난에 불과하다.
실제 우리나라도 과거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해 옥수수 구매사절단을 만들어 미산옥수수를 앞당겨 구매해주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수요를 억지로 만들어 가며 사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통상적으로 3개월 치를 구매하던 것을 6개월 치로 늘려 구매했던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일본이 3개월 소요분에 해당되는 옥수수 270만 톤을 추가로 구매하여 일본으로 반입한다면 일본은 보관할 여력도 없을뿐더러 엄청난 보관료를 감당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 농민의 고통을 크게 덜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생색을 내고 있으니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사고파는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미국 농민들도 마냥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지난 해 일본이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1075만 톤을 수입했으니 금년에는 270만 톤을 추가하여 최소한 1345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하는지 꼭 챙겨봐야 할 일이다. 실제로 270만 톤의 사료용 옥수수 추가적인 구매가 금년도 일본의 미산 옥수수 3개월 소요량을 앞당겨 구매하고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면 미국 농민들도 그리 기뻐할 일도 아니며 오히려 이 같은 두 정치인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꼼수에 분개해야할 일이다.
 
■ 일본은 구매자이자 판매자 입장
 
최근 들어 우리나라 곡물시장에서 일본의 종합상사의 시장지배력이 많이 약화되긴 하였지만 아직도 국제 곡물시장에서 일본 종합상사가 차지하고 있는 역할은 막강하다. 과거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일본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현지 개발수입이 실패로 돌아간 후 일본은 ‘생산은 현지 농민에게 맡기고 일본은 유통시장을 지배한다’는 ‘Post Harvest' 전략을 펼친 결과 현재 일본의 곡물기업들은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지역(PNW)의 수출용 엘리베이터와 미시시피강 하구의 수출용 엘리베이터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 이또오쥬, 수미또모, 젠노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일본계 곡물상사들은 자국의 곡물수입은 물론 한국, 대만 등에도 수 백만 톤의 식용 및 사료곡물을 수출하며 공급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 년 전만 하드라도 식용 소맥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계 종합상사들이 공급하였고, 사료곡물도 한 해 수백만 톤씩 수출하였다.
이들 일본계 종합상사들은 대부분 국내 에이전트나 서울 지점 등을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으며 수출하는 곡물의 원산지가 미국이나 남미 등이다 보니 실제 수입량 통계에는 미국이나 남미국가로 표시되지만 실제 수출을 주도하는 주체는 일본계 상사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미국의 곡물 수입국이기도 하지만 미국산 옥수수를 팔아 주는 판매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계 종합상사들의 시장 참여는 국제공개경쟁입찰에서 경쟁을 유발시켜 시장가격 안정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 PNW)지역의 국지적인 곡물 수급의 불안이 야기될 때는 일본의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오히려 더 큰 수급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안보를 위해 일본처럼 미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가에 곡물수출용 엘리베이터 확보를 위한 시장 참여 필요성이 제기되며 2012년 STX 팬오션이 세계적인 곡물메이저인 벙기, 이또우쥬와 함께 미국 워싱턴 주의 곡물 수출용 터미날에 지분 참여를 하였으나 그 마저 STX 팬오션이 도산되면서 지분이 나머지 회사들에게 넘어 가고 아직 이렇다할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 미국 농민은 일본이 아닌 한국에 감사해야 할지도
 
아무튼 일본 아베 내각의 발표대로 일본이 추가적으로 270만 톤의 미국산 옥수수를 구매하게 되면 일본의 곡물 상사인 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 이또우주, 젠노 등은 모두 일본 내 사료회사들과 수직 계열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료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이 추가적인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도 못한 채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을 추가로 구매하게 된다면 이 추가 구매량은 결국 일본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한국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에 팔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최근 국제곡물시장에는 미국산 옥수수 보다 훨씬 저렴한 남미 또는 동유럽 산 옥수수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총리가 나서서 ‘중국이 사지 않는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을 일본이 사주기로 했다’며 허세를 부리고 있으니 일본은 결국 도끼로 제 발등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되면 미국 농민들도 판매 대행업자에 불과한 일본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요자가 될지도 모르는 한국이나 대만 등의 고객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 한국 미국 사료곡물의 가장 큰 고객
 
앞서 얘기한대로 우리나라의 배합사료 생산량은 이미 2000만 톤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일본을 앞지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본의 배합사료 생산량이 30여 년 동안 정체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축산물 수입량이 큰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도 축산물 생산량이 늘고, 잘 먹고 잘 산다는 얘기로 귀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 곡물시장에서 일본 종합상사처럼 곡물 유통 사업에 참여할 기회는 놓쳤지만 대신 우리나라 사료회사들은 일본이 부러워할 만큼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그 결과 한국의 사료회사들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인도 등에서 연간 1000만톤 이상의 배합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사료용 옥수수 수입량은 약 800만 톤으로 일본에 비해 약간 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료회사들이 국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국산 옥수수까지 모두 합치면 일본의 수입량 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앞으로 남북한 농업교류가 활발해져 우리나라 사료기업들이 북한에까지 진출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 사료곡물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 곡물시장의 적극적인 진출로 극일의 기회로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원료의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에서 일본산 수입제품의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사료곡물의 경우 꼭 이 같은 수출규제가 아니더라도 유사시 일본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지역의 수급불안정과 같은 비상사태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도 국제곡물시장의 유통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지금의 국제곡물시장이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에 의해 지배되는 과점시장이라서 일본계 종합상사가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급 불안 시 일본계종합상사가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은 우리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다. 과거 미국의 흉작이나 선임 폭등으로 옥수수 가격이 폭등할 때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PNW)지역에서의 곡물수출이 일본의 자국우선주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불과 몇 해 전에도 미국 서해안(PNW)지역의 폭설로 이 지역의 철로 수송이 어려워 질 때 우리나라는 일본 보다 선택권이 적다보니 서해안 보다 훨씬 멀고 가격이 비싼 미시시피강 하구인 GULF 지역의 옥수수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한국은 미국산 옥수수의 가장 큰 잠재 고객으로 미국에 대해 보다 당당하게 구매교섭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으며, 점차 심화되는 한․일 간의 경쟁에서 극일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곡물시장의 유통 인프라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구매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치영 박사  kim238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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