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사는 이점례 할머니는 흔히 말하는 실향민이다. 전쟁통에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내려온지 어느덧 60년이 넘어서고 있다. 매년 설날과 추석이면 임진각에 가서 멀리서나마 북녘땅을 바라다보고 오지만, 헛헛한 가슴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제 아들도 환갑이 넘었겠네요, 내가 죽기전에 아들 얼굴 한번만져보는게 소원이에요.”

백령도에 사는 어민 신병구씨는 매년 초여름이 되면 지난 2002년 연평해전의 악몽이 되살아나 괴롭다. 5~6월은 한창 꽃게철이라 어선이 풍요로워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해상에서 남북간의 긴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꽃게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분단 60년이 지나면서 우리 국민들은 남북분단의 현실에 많이 익숙해져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남북이 통일되면 겪게 될 불편함과 혼란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분단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일부의 통일의식조사보고서(2006)에 따르면 “남북한 분단에 대해서 고통을 느낀다”고 응답한 대학생들은 12.9%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분단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하는 유무형적 비용은 엄청나게 크다. 반세기 이상의 남북분단은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왜곡해 왔다.

분단의 가장 직접적 피해자인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의 가슴을 아리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들의 고통을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나누어 져야 하는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그동안 남북간의 적대적 대립관계, 불안정한 정전체제속에서 겪어야 했던 전쟁의 공포, 그리고 그로부터 기인한 비민주적이고 비효율적인 관행과 이념적 대립은 아직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민주화 이전시기의 지나친 반공이데올로기와 이를 활용한 권위주의적 정치풍토, 자유로운 토론문화의 상실 등 열린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수많은 요소들도 남북의 분단 상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분단이 가져오는 비용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막대하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안보적 취약성은 우리 경제가 세계속에서 도약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상황속에서 국가 신용도 하락, 투자유치 저해 등으로 인한 다양한 손실을 발생시킨다.

이제 내년이면 6.25전쟁이 일어난지 60주년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전쟁의 낡은 유산에 얽매여 있어서는 안된다. 꿈에도 소원인 우리 민족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강원도 할머니와 백령도 어민의 소원을 이루는 길이다. 분단의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통일의 날개옷으로 갈아입을 때 우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지평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