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영화계는 활짝 웃고 있다. 지난 2006년 스크린쿼터제가 축소된 이후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상영관을 뺏기고 맥을 못 추리던 한국영화들이 올 들어 좋은 흥행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23일 현재 박스오피스 집계결과에 따르면 2009년 흥행순위 10위권 안에 무려 7편의 한국영화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고, 관객점유율 또한 50.52%로 처음으로 50%대를 돌파했다.

영화 '부산'ⓒ 사진/JTN 이충근 기자

이같은 한국영화의 약진에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영화는 현재까지 누적 관객수 1천131만9천533명을 기록한 ‘해운대’(감독 윤제균)다. ‘해운대’는 1천108만 관객수를 기록한 ‘실미도’를 훌쩍 넘어 한국영화 역대 관객순위 4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애자'ⓒ 사진/JTN 이충근 기자

‘해운대’는 부산의 해운대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이용해 국내 최초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를 지향, 신선한 소재와 장르로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리고 ‘해운대’에 이어 ‘애자’, ‘부산’, ‘나는 갈매기다’ 등 부산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줄줄이 올해 개봉했거나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영화의 부활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한국영화가 살아나고 있는 요즘. 유독 한국영화계는 ‘부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제는 ‘서울’이란 소재에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껴서일까. 영화 제작자들은 도시, 산, 바다가 모두 갖추어진 부산의 지형적 특색에 전보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 '부산'ⓒ 사진/JTN 이충근 기자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거칠면서도 구수한 부산사투리에서 나오는 ‘정겨움’이다. 그래서인지 가족애나 우정 등 인간의 끈끈한 정을 강조한 영화들이 많다. 22일 제작보고회를 마친 영화 ‘부산’의 박지원 감독은 “부산이란 도시가 가진 공간적인 느낌과 사람들의 정서들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친구’(감독 곽경택)의 경우는 비극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네 남자 주인공들의 독특한 부산 사투리가 화제를 모았었다. ‘해운대’ 역시 거대한 쓰나미에도 굴하지 않는 끈끈한 가족애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9월 2,3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며 조용히 흥행몰이중인 ‘애자’도 마찬가지다. 두 주인공인 최강희와 김영애는 평소에는 표현하지 않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녀지간의 연기를 부산 사투리 연기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내면에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숨겨진 뉘앙스가 부산 사투리에는 있다.

‘영화는 곧 부산’이란 인식 또한 부산 소재 영화 열풍의 또 다른 이유라 할 수 있다.

내달 8일부터 열리게 되는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올해 14회째를 맞이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영화제가 가진 경제적 파급력은 비단 일정 행사기간 동안 이뤄지는 효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터.

PIFF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서의 국내 영화지원제도는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1999년 부산시는 국내 최초로 각종 영화촬영을 지원하는 기구인 ‘부산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당시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부산을 영화촬영의 최적지로 만든다는 목표 하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지난 2002년부터는 PIFF와 함께 ‘부산영상벤처센터’를 설립, 영화의 전 과정을 부산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본격적인 사업구상에 들어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1년에 1~2편 정도의 영화 제작이 고작이던 부산에 영화 제작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부산을 최고의 영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꿈을 위해 2005년 ‘부산 영상도시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후에도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영화인들을 부산으로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기자협회장인 부산일보 김호일 선임기자는 “영화는 제작자와 투자자가 만나야만 성립되는 매체인 게 사실”이라면서 “대규모 기업자본이 들어간 ‘해운대’를 제외하고는 올해 개봉하는 부산 소재의 영화들이 기존 블록버스터 영화들과는 다르게 적은 예산과 작은 규모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한국영화를 지원하는 PIFF나 부산시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여겨도 될 것”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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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 기자  webmaster@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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