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2.9.29 목 08:47
상단여백
HOME 생활·건강 생활·건강
이경재 박사의 행복특강잘 먹고 잘 싸는 것에 대하여
이학재기자 | 승인 2009.10.08 02:59
 
안도현 시인은 시와 연애하는 법에서 ‘똥과 친해져야 한다. 똥을 사랑하지 않고는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지저분한 똥 이야기를 하면서 안도현시인을 끌어들인 것은 편집자가 이 글을 보려다가 ‘똥’이라는 말만 듣고 코를 싸쥐며 치워버릴까 염려되어서이다. 그렇게 잘려 버린다면 애써 쓴 글이 독자들의 입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체 바로 똥이 되어 하수구로 흘러가 버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편집자와 독자여러분께 ‘똥을 괄시했다가는 얼굴에 똥칠 당하기 쉽다’는 안도현 시인의 말을 상기시켜 드리는 것이다.

내가 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은 똥과 처절하게 시름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어서이다. 나는 비교적 소화를 잘 시키는 편이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다른 사람들은 배탈이 나는데 나는 멀쩡하게 황금빛 똥을 잘도 눈다.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똥을 누며, 똥 싸는 시간이 아까워 신문이나 책을 들고 들어가지만 신문 1면을 채 다 보기도 전에 볼일이 끝나버린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지방의 모 기업체 연수원에 강의를 가면서 시간에 쫓겨 똥을 못 누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선 종일 잊어버리고 그냥 강의에 열중했다. 강의를 마치고 저녁에 서너 시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 가려는데 별로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냥 출근을 했다.

역시 종일 시간에 쫓기다가 볼 일을 못보고 말았다. 그 다음날 아침 이제는 억지로라도 볼 일을 보아야지 맘먹고 변기에 앉았으나 쉽지가 않았다. 3일 동안 쌓이고 눌리고 굳어버려서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하루 종일 수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얼마나 많은 힘을 썼는지 모른다. 싸는 일이 그토록 힘든 일임을 처음 알았다. 나는 본래 땀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여름에도 산에 갈 때에는 일부러 땀을 빼기 위해 한낮에 간다. 그런데 가만 앉아 힘만 주어도 땀이 그렇게 많이 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자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함을 깨닫고 약국에 가서 관장약을 사다가 넣었다. 그래도 실패. 더 심한 시도도 했으나 그건 차마 말 못하고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이렇게 하루 종일 고생만 하다가 결국은 병원까지 가서 겨우 해결을 했다.

사람은 감사한 만큼 행복해진다.

이렇게 처절하게 똥과 시름을 하고 나니 잘 싸는(‘사는’이 아니라 ‘싸는’임에 유의!)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똥에 대한 생각, 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똥이 황금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똥을 쌀 때는 신문이나 책을 보며 똥에 무관심하지 않고 황금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똥을 누고 나면 황금 보듯 웃으며 행복을 만끽하고 감사한다. 그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그리고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따위의 똥을 모욕하는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잘 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고 나니 잘 먹는 것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먹을 수 없어서 영양섭취를 위해 링거를 꽂아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근데 우리는 입에 넣기만 하면 저절로 식도로 위로 장으로 잘도 넘어가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의 아내는 소화를 못 시켜 수박을 거의 못 먹는다. 나는 그 맛있는 수박을 혼자 다 먹으면서도 감사할 줄 몰랐다.(그래도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은 좀 있었다. 그래서 수박을 부채꼴로 자르면 제일 달콤한 가운데 꼭지부분은 아내한테 세금으로 바친다.) 이제 똑같은 수박을 먹어도 당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

밥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입에 몰아넣기 바빴던 밥이며 반찬, 국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밥에서는 자르르 흐르는 윤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구수한 된장 맛이 혀끝에 맴돌며 어금니에서는 무김치 씹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 밥 먹을 때는 감사하는 맘으로 밥 먹는 일에만 몰두하자.

잘 먹고 잘 싸는 일!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평생 동안 똑같이 먹고 싸면서도 이렇게 감사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인생이 더 행복해지리라. 사람은 감사한 만큼 행복해지는 것이므로…….

※ 편집자 주) 이경재박사(이코노경제연구소장 ; econo@econo.co.kr)는 각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행복한 인생을 위한 성공특강’, ‘시(詩)적 감성리더십’ 등 여러 분야의 강의를 나가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마누라는 빌려줘도 자동차는 안 빌려준다’, ‘보험재테크 70가지’(더난출판) 등 20여권이 있다.

이학재기자  dickyi@nate.com

<저작권자 © 뉴스에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학재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7
전체보기
  • 알고보니 2009-10-15 10:24:02

    아주 가까운 곳에
    파랑새를 찾아 먼곳을 헤매지만 결국 파랑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납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아주 가까운 곳에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에도 있나 봅니다. 이 글을 보고 그것을 깨달으니 우리에게 이런 글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행복이 아닌가 싶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니 또다시 행복해지는군요.   삭제

    • 주구장창 2009-10-15 04:10:34

      좋은글 감사
      미처 생각지도 않았던 사소한 일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네요
      좋은글 감사.........   삭제

      • 처음처럼 2009-10-14 16:54:52

        나도 감사!!!!
        난,생활리듬이깨지니까 변*가 찾아오던데,,, 죽음,,, 근데, 극복했슴다..
        아침새벽 새벽기도댕겨와서 은혜로 찾아온 입맛에 고구마+사과를 몇일 먹었더니..
        글쎄 황금이 음~ 배설의 즐거움!! 넘 감사했슴다.... 삶의 소중한 부분이지만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글을 읽으며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삭제

        • 호키포키진숙 2009-10-13 08:55:19

          오~ 스멜~
          병원에 있던 시절에는 저도 여러번 땀을 뺐는데~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제가 그꼴인것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삭제

          • 박현옥 2009-10-12 17:22:41

            황금이야기 발 보았습니다.
            펀안히 누리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지만
            불편해 졌을 때 비로서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삭제

            • 조승현 2009-10-10 11:37:49

              평범속의 진리를 잘도 표현해주셔 감사.
              우리는 매일 매일 살면서 물과 공기 그리고 햇빛 등 자연과 주위의 유생.무생의 모든 것들에 대한 중요함과 감사함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이코노 교수님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연과 주위 모든 것들에 감사를 느끼게 됩니다. 부모님께도 감사하고 제일 중요한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좀 더 가치있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참고로 쾌변을 위해서는 많은 식이섬유와 충분한 수분을 규칙적으로 섭취하여야 한다는 것을 부언합니다.   삭제

              • 이경재 2009-10-10 10:30:25

                여러분의 응원덕분에 강의의뢰가.......
                여러분의 응원덕분에 강의의뢰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또, 글쓰기에서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습니다.
                글쓰기 방향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해 주는군요.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삭제

                • 이정민 2009-10-09 17:29:07

                  오늘도 감사히 살겠습니다.
                  주어진 일상의 고마움을 잊은채 살다 이글을 접합니다.
                  우리네 생활인의 비애가 느껴집니다.
                  물질을 따라 하염없이 살아가는 지금,
                  이런 넉넉한 생각을 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삭제

                  • 파랑새 2009-10-09 01:10:52

                    파랑새를 찾아?
                    파랑새를 찾아 먼곳을 헤매지만 결국 파랑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납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아주 가까운 곳에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에도 있나 봅니다. 이 글을 보고 그것을 깨달으니 우리에게 이런 좋은 글을 볼 수 있는 것또한 행복이 아닌가 싶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니 또다시 행복해지는군요?   삭제

                    • 정수미 2009-10-08 18:11:16

                      감사
                      우리가 당연한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또한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까먹고 살기에 행복함을 느끼지 못함니다 건강하다는것 하나만도 정말 감사한일이지요 건강하기에 이웃과 나누어야 할일도 많아요그러면 더욱 행복할거구요   삭제

                      1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대표인사말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대로18길 9 (시흥동) 201호  |  대표전화 : 02-6083-0691   |   팩스 : 02-6406-0691    
                      이메일 : newsa@newsa.co.kr
                      등록번호 : 서울 아 01287  |  등록일 : 2008.05.09  |  발행인 : 정국희  |  편집인 : 이광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사라
                      뉴스에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2 뉴스에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