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침몰 35일째인 29일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엄수됐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전날 발효된 강풍주의보가 해제되고 기온도 올라 화창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영결식장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유가족 1400여 명을 포함해 28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안함 46용사 합동 영결식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영결식이 끝난 뒤에

이명박 대통령 조사 낭독 피력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천안함 희생 장병 영결식을 앞두고 직접 조사(弔詞)를 낭독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참모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군(軍) 통수권자로서 이들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이날 영결식에도 참석했으나 해군장으로 진행되는 장례절차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조사 낭독은 하지 않았다.

영결식장, 한 가족당 30명 입장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경계하다 숨진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이 엄수된 평택 2함대 내 안보공원 충무동산에 들어갈 수 있는 유가족은 한 가족당 30명으로 제한됐다.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가족들은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던 부대 내 체육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봤다. 부대 내 체육관에는 유가족 대기석 테이블과 칸막이가 치워지고 대형 멀티비전이 설치됐다. 1층에는 유가족들이, 2층에는 군 장병들이 멀티비전을 통해 중계되는 영결식을 봤다.

○…영결식에 참석한 천안함 순국장병 자녀들은 어린 나이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故) 이창기 준위의 아들 이산(13) 군은 중학교 1학년이지만, 상주답게 눈물을 보이지 않고 침착한 태도로 영결식을 지켜봤다. 다른 고인의 자녀들도 추운 날씨를 불평 한번 하지 않고 어머니 곁에 앉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비롯한 식 절차를 차분하게 따라했다. 그러나 이 준위의 부인 등 일부 가족들은 식이 시작되자마자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든 듯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어깨를 들썩였다.

유가족 92명 마지막 헌화·분향

○…나재봉 유가족대표를 비롯해 영현 1인당 2명씩 유가족 92명이 고인의 영정 앞에 마지막 헌화·분향을 했다. 한 순국장병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연방 눈물을 훔쳤고 다른 순국장병 부인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기 힘든 듯 손으로 입을 막고 오열했다. 한 순국장병 아버지는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헌화·분향하러 나온 초등학생 자녀 2명은 어머니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사진만 바라봤고, 한 순국장병의 딸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쏟아 슬픔을 더했다. 유가족들은 이제 46용사를 떠나보내야 할 때라는 것을 실감한 듯 한동안 영정 앞을 떠나지 못했다.

해군2함대 아파트 조기 게양

○…희생 장병들이 생활했던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의 해군아파트에는 아파트마다 조기를 걸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아파트 주민들은 “얼마 전까지 이웃에 살던 장병들이 희생당해 슬픔이 남다르다”면서 “희생 장병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아파트마다 조기를 달게 됐다”고 말했다.

원정초교 전교생 애도의 묵념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의 원정초등학교 학생들은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위한 소중한 선물을 마련했다. 고사리손으로 도화지나 손수건에 희생 장병을 애도하는 그림을 그려 학교 앞 나무와 도로에 내걸었다. 원정초교에는 이번 천안함 희생 장병의 자녀도 일부 다니고 있어 그 어느 곳보다 슬픔이 남다르다. 이 학교는 영결식이 열린 오전 10시를 기해 전교생이 애도의 묵념을 올렸다.

`님이시여' 군악반주 슬픔 더해

○…영결식장 왼쪽 옆에 도열한 동료 해군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동료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일부는 유가족들의 헌화·분향이 이뤄지는 중간중간 소매 끝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고 또 일부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꼭 깨물었다. 영정사진을 안고 앉아 있던 생존 장병도 동료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고개를 숙인 채 눈시울을 붉혔다. 헌화·분향에 맞춰 해군군악대 중창단 20명이 군악대의 반주로 ‘님이시여’ ‘떠나가는 배’를 불러 슬픔을 더했다.

서울광장 총 3만2232명 조문

○…쌀쌀한 날씨에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애도 기간 나흘째인 28일까지 총 3만2232명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게시판을 가득 채운 조문객들의 메모도 눈에 띄었다. 특히 지인들은 생전에 미처 나누지 못한 말을 전하려고 이곳을 찾아 추억과 그리움이 서린 글귀를 남겨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형섭 기자  070@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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