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전은 떡차의 일종으로 고려시대 동전과 모양이 비슷해 전차, 돈차, 단차라 불렀어요.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차로 1200년전 삼국시대부터 장흥군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에서 생산해왔습니다. 야생차가 많은 장흥군에서 청태전의 전통을 잇고 있답니다.”

전남 장흥군에서 개발한 ‘장흥 청태전’을 만들고 있는 ‘평화다원’ 김수희 대표(59·여)의 설명이다.

발효차는 중국 운남성 보이현에서 생산하는 ‘보이차’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청태전은 보이차보다 우수한 발효차라고 한다. 2008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청태전의 고향인 전남 장흥군을 찾아 청태전의 복원과 산업화를 살펴봤다.

'청태전’을 아시나요?
청태전은 녹차를 틀로 찍어낸 덩어리 차로, 숙성 과정에서 푸른색의 이끼가 낀 것처럼 변한다는 점에서 청태전으로 불린다. 청태전은 1920년대 한 일본인이 학회에 보고하면서 국제적으로 한국 고유의 녹차가 됐다.

청태전에 다양한 효능이 있다.
“청태전은 찻잎에 들어있는 여러 효소가 작용해 성분변화를 일으킨 가공차랍니다. 발효 숙성한 청태전은 약이 귀하던 시절 사찰이나 민가에선 감기 등에 청태전을 사용했어요. 찻물이 부드러우며 구수한 맛과 향기를 띄어 갈증을 해소하고 소화를 도우며 미용에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이런 청태전은 고려시대 전성기를 누렸으나, 근대화 이후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남해안의 일부 사찰이나 민가에서 약차로 이용할 뿐 찾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청태전의 복원을 시도하는 이들이 청태전을 복원해 산업화하자는 주장을 내놓았고, 장흥군이 나섰다.

청태전 복원의 최적지, 장흥군
장흥군은 2007년 청태전 명품화 사업을 군의 핵심전략 사업으로 선정했다. 같은 해 5월 청태전을 복원하고 명품화하기 위해 목포대학교산학협력단과 협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통과 역사성에 바탕을 둔 장흥지역 야생 찻잎을 채취해 청태전 복원을 시도했다.

장흥군농업기술센터 구영란 담당자는 “장흥군은 야생차의 자생지가 많아 청태전 생산에 최적지”라며 “고려시대 차를 생산했던 다소 19곳 중 13곳이 이곳에 있을 정도로 차의 주산지”라고 설명했다. 구 담당자는 이어 “대표적인 곳이 유치면의 보림사 인근으로 청태전의 시초로 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장흥군과 목포대산학협력단은 옛 문헌과 민간에 담긴 독특한 제다법과 음용법을 연구해 2007년 6월부터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청태전 복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8년 초 ‘청태전’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2008년 6월 장흥군은 청태전의 숙성 발효법에 대해 제조특허를 취득했으며 ‘장흥 청태전’이란 상표등록을 출원했다. 묻고 또 물어 복원한 청태전
복원이 쉽지는 않았다. 복원과 학술적인 연구를 맡고 있는 목포대산학협력단 박용서 교수팀의 허북구 박사는 “청태전의 복원을 위해 문헌과 구전 속 생산지를 찾아 실태를 조사했다”며 “청태전은 근대화 이후 찾는 이가 드물어 시중 유통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전통 방식의 장흥 청태전을 복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조과정을 명확히 알 수 없어 구전에 의존했지요. 기억이 남아있는 어르신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문헌상의 기록과 현존하는 실물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전해 내려온 청태전의 모양이나 크기도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달랐습니다. 특히 일부 사찰은 스님들이 비법을 가미해 청태전을 생산하기도 했답니다.”

연구팀은 조사한 결과와 목포대에서 자체개발한 발효차 제조실험장비를 활용해 2008년 2월 청태전을 복원해 시제품을 출시했다.

이렇게 복원한 ‘장흥 청태전’은 다양한 효능을 지녔다. 연구팀이 2008년 발표한 ‘장흥지역 청태전과 녹차의 성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태전은 성분 함량이 녹차와 비슷하지만,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카페인은 녹차보다 적고, 충치를 예방하는 성분인 플라보이드 함량은 현저히 많았다. 또 아연·망간·철·칼슘 등 무기물도 많았다고 한다.

허북구 박사는 “청태전 속 카테킨과 유기물 등의 성분은 항산화·항균·소취·항알레르기·항암 효과와 더불어 혈압, 혈당, 혈중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한다”며 “청태전의 고부가가치화로 바쁜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맑고 투명한 찻물과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일품”
그렇다면 청태전을 접한 소비자의 생각은 어떨까. ‘장흥 청태전’을 주문해 즐겨 마시고 있다는 신경숙씨(56·여)는 “맑고 투명한 찻물과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며 “녹차는 1년이나 2년이 지나면 묵은 차가 돼 맛이 떨어지지만, 청태전은 오래될수록 맛이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청태전은 한 알을 쪼개어 여러 번 나누어 사용할 수 있으며, 한꺼번에 많이 마셔도 위에 부담이 없다”며 “배앓이에 좋으며 생강과 함께 끓여 마시면 감기 예방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발효차를 즐겨 마신다는 김경식씨(58·남)는 “수입산 보이차보다 기능성이 우수하다는 청태전을 대중화하기 위해선 상품의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수제 생산과는 별도로 생산과정의 표준화와 기계화를 이뤄 대량으로 생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태전 산업화를 위한 장흥군의 노력
복원에 성공한 장흥군은 2008년 7월 ‘장흥 청태전’의 활용 대상자로 평화다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희 대표를 선정했다. 장흥읍에 있는 평화다원은 사찰 전래법으로 2004년부터 청태전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장흥군은 입지여건이 좋은 평화다원에 청태전의 특허기술과 상표, 포장재 등을 제공했다.

현재 평화다원은 '장흥 청태전'의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다. 장흥군농업기술센터 구영란 담당자는 “특히 청태전이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10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열린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평화다원 김수희 대표가 장흥군의 기술로 만들어 출품한 '장흥 청태전'이 ‘최고금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든 청태전의 가격은 8~10알이 들어있는 청태전 선물세트가 대략 5만원선이라고 한다. 주로 서울, 부산 등 외지에서 꾸준히 찾는데, 지난해 1만5000개를 생산했다. 7500만원 어치다. 이곳에선 올해 3만개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장흥군농업기술센터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청태전 제다법의 표준화 및 품질의 고급화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생산된 제품을 다양한 음료로 활용하는 방법과 포장재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구영란 담당자는 “장흥 청태전의 생산농가는 현재 3~4가구에 불과한 실정인데, 평화다원 외에 이들 거점농가를 육성해 청태전 생산의 저변을 넓혀갈 방침”이라며 “또 차의 생산·가공·이용·문화 등 차 산업 전반에 관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35명의 다류 전문가를 배출한데 이어 올해도 30명을 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장흥 청태전’을 즐겼으면
청태전이 세계적인 명품으로 우뚝 서기 위해선 맛과 향, 전통성 등에서 품질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장흥군은 청태전을 산업화하기 위해 목포대학교산학협력단과 2009년 6월 ‘장흥 청태전 명품화 및 다(茶)류 융합 산업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재차 체결했다.

장흥군은 향후 2012년까지 매년 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태전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임상실험으로 항비만 효과를 검증하는 등 ‘장흥 청태전’의 이미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청태전 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일반 녹차보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야 한다. 또 야생 차나무의 관리 및 보존도 중요하다. ‘장흥 청태전’이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을 거듭했으면 한다. 맛있는 청태전 만드는 법
청태전은 야생에서 채취한 찻잎을 시루에 찌고 절구에 찧어서 대나무로 만든 틀로 찍어낸다. 이를 건조시켜 오래도록 깊은 맛이 우러나도록 숙성하는데, 약 7~8개월이 걸린다.

평화다원의 김수희 대표는 “청태전은 증기로 찐다는 다른 발효차보다 제다과정이 정교하다”고 설명했다.

“전통 청태전의 제다법은 이른 봄 야생차의 잎을 따다 그늘에 말립니다. 말린 찻잎을 선별해 가마솥에 세 번 정도 덖은 다음 절구로 떡처럼 곱게 찧어 차덩어리를 만듭니다. 그러곤 고조리라는 대나무 성형틀에 넣어 청태전 모양을 만들어 대나무바구니에 담아 정성스럽게 건조시켜요. 관리하기 편하도록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은 뒤 숙성 발효시킵니다.”

김 대표는 “청태전의 맛은 일반 녹차에 비해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며 “청태전을 제대로 마시기 위해선 예전에 떡을 화로에 살짝 구워서 먹었던 것처럼, 굽는 도구를 이용해 약한 불에 3분 가량 청태전을 노릇하게 뒤집어 가며 굽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끓인 물에 5분 이상 우려내 마시는데, 적정한 비율은 500~600㎖의 물에 청태전 하나라고 한다.

그녀는 이어 “청태전은 탕관에 바로 넣어 끓여 마셔도 된다”며“생강이나 모과 등과 함께 끓여 마시면 건강에도 좋습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