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남초등학교장 문덕근

학교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교실, 학생, 교직원, 교훈, 공부하는 모습, 선생님 꾸중, 숙제, 입학식, 졸업식 등 어린 시절 추억의 대부분이 학교일 것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그려지는 곳이 초등학교가 아닐까 한다. 학교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하고 물어 본다면 전부는 아닐지라도 거의 대부분은 공부하는 곳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공부’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학습이 있다. 학습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따라서 배우고 틈틈이 반복하여 익히는 것이 학습이다. 배울 學이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익힐 習은 ‘羽(깃 우)’와 ‘白)흰 백)’의 합성어이다. ‘羽’는 새의 날개를 뜻한다. ‘白’은 百에서 위의 ‘一’을 뺀 99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의 뜻은 어린 새가 두 날개를 99번 퍼덕이면서 연습을 해야 비로소 창공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새는 날 때부터 창공을 나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날개 짓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반복이 버릇이 되어 습관으로 이어진다.

성공은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며, 습관은 그 사람의 성격을 잉태하고, 성격은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에빙하우스(Ebbinghaus, Hermann)의 망각곡선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무엇인가를 배운 직후, 20분이 지나면 약 42%, 한 시간이 지나면 56%, 하루가 지나면 66%, 일주일이 지나면 74%,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79%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학생들 부모님의 휴대 전화번호를 처음에는 개인 전화번호부에 적어 놓고 전화를 자주 하다 보면, 수첩을 보지 않고도 전화번호가 기억되어 통화를 하게 되듯이 공부도 이와 같은 이치로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기억장소에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보다는 서서히 뒤섞여 쌓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 두 번째 보면 첫 번째보다 훨씬 낯이 익고 기억하기도 쉽다. 이것을 잠재기억이라 하는데 단 한 번이라도 기억을 했다면 그 기억은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미하게라도 흔적이 남아 있어 다음 번 기억을 더 쉽게 해 주는 것이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은 반복의 힘이다. 파블로프는 반복훈련을 통하여 인간의 사고과정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개의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물론 암기가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암기는 기억을 위한 필수적인 방법이고 기억은 공부의 핵심요소가 된다. 컴퓨터 타자 능력이나 운전연습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반복연습을 하게 되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복하는 습관은 인생에서 거대한 힘을 낳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하지 않고 말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 생각이 말을 만들고, 말이 행동을 만들며, 행동이 습관을 만들어 결국 그 습관대로 그 사람의 운명이 만들어진다.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말이나 긍정적인 말을 하게하고, 좋은 행동과 긍정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며 결국에는 긍정적인 습관을 만든다.

따라서 사람은 그가 생각하는 대로 되고 말하는 대로 되며, 행동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습관을 만드는 것은 우리지만, 습관이 형성되면, 그 습관이 우리를 지배한다. 현재의 내 모습은 내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의 결과다.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탁월성을 얻으려면, 최소한의 연습량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사실 연구자들은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에 수긍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1만 시간이다.

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연습은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1만 시간이 엄청난 시간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규칙적으로 쉬지 않고 3시간씩 10년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성공 습관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초․기본교육과 기본생활습관 교육이다. 이것은 일생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성공은 에너지와 반복적인 훈련에 따라 이루어지는 보상물이다. 성공이 습관으로 되면 반드시 성공의 결과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성공 습관은 자신의 성공에 대한 믿음을 기르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학교는 성공 습관을 계발하고 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연마해야 할 것이다.

왕중추의 「디테일의 힘」은 ‘디테일이 인생과 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문제는 산술적으로 100-1=99가 정답이겠지만, 경영이나 관리에서는 100-1=0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불러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행동 가운데 95%는 습관의 영향을 받고 그 습관 속에서 자질이 조금씩 길러진다. 처음에서는 어색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으로 굳어지고 몸에 배면 아주 자연스러워진다. 디테일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길러지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어디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에 조금씩 배양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모두 잊고 난 다음에도 남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그 의미는 곧 ‘잊혀지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질’이라는 말이다. 습관이야말로 잊혀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좋은 운보다 좋은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왕중추는 말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만나는 사람 누구든지 인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여느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한다. 이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 그렇지는 않다.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학교에서는 지키지 못하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지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질이다. 보성남초등학교 학생들의 자질이다. 인사를 하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그들의 자질이 표현되는 것이다.

습관은 모자이크처럼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형성된다. 좋은 습관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러시아의 교육가 우신스키는 ‘좋은 습관은 사람의 사고방식 속에 존재하는 도덕적인 자본이다. 이 자본은 계속 늘어나며 사람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이자를 받는다. 반대로 나뿐 습관은 도덕적으로 갚지 못한 빚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빚은 계속 이자가 불어 사람을 괴롭힌다.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하고, 심하면 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파산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공은 바로 매일 매일의 노력이 쌓여서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며, 그 어떤 요행도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습관을 기르는 일일 것이다. 마더 테레사가 했던 ‘작은 일들에 충실하시오. 당신을 키우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 라는 말이 주는 큰 의미처럼, 학교의 존재 이유는 작은 일에도 충실히 끝까지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일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