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 위해, 학원에만 보내면 될까?

가정과 직장에서의 남녀 역할은 각기 다르다. 따라서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지위와 역할도 다름에서 출발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어울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어울림으로 나아가는 관건은 음양의 기운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는 노자의 말에서 연유한다.

이런 화기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대화, 조화와 융합을 필요로 한다. 이런 조화에는 知人者智, 自知者明의 지혜가 필요하다. 즉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타인을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학교 조직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대부분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지켜주기 위하여 ‘타자를 인정하는 조화, 和而不同이 필요하다할 것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 원인은 인간관계의 처리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유명한 교육자 Dale Carnegie가 ‘인간관계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한 사람이 성공하려면 15%를 차지하는 자신의 전문지식과 85%를 차지하는 인간관계의 처세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룬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역사가들은 유방이 승리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를 인간관계를 잘 처리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처럼 유방이 인간관계를 잘 처리했다는 증거로는 장량, 소하, 한신 등의 인재를 제대로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거울을 빌려 자신과 직장의 모습,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교육력 제고에 큰 효용을 가져올 것이다.

조직에서 창의적인 일을 해보라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창조적 해법의 뿌리를 찾기보다는 가장 사소하면서 눈에 띄는 요소만 바꾼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이제까지 학교가 그렇게 가르쳤고, 사람들은 그렇게 하도록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란 게임의 틀을 바꾸고, 상호작용 방식을 바꾸며, 특히 질문을 하는 교육시스템, 교육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제까지 학교의 모든 시스템은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고집해 왔다. ‘모를 때만 질문하라.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 그것도 질문이냐? 그것도 모르느냐?’ 등의 용어가 가져온 교육적 폐해가 적지 않다.

학교는 학문을 하는 곳이다. 학문이란 묻는 일을 배우는 것이다. 묻는 일을 배우는 것은 학교의 모든 생활에서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은 단위 수업에서 이루어진다. 수업이란 학습자 각자로 하여금 골똘히 사고하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여, 사고하는 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사고력을 기르는 일련의 과정이다. 대립과 차이와 상위를 보장함으로써 비로소 문답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립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주입, 강제, 훈련이 있을지언정, 교육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며, 대립 또는 차이가 없는 곳에서의 교육이란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교육이 필요해서 학교라는 제도가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학교다. 전통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학교다. 시키는 대로 잘하고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최선의 노력과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격려와 칭찬과 배려를 하는 학교가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토의, 토론, 물음이 허용되고, 배우지 않은 것을 모르는 것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는 학교, 학생들의 고민과 호기심을 녹여주는 용광로와 같은 학교가 미래사회에 적합한 학교 모델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에 대한 Seth Godin의 ‘흥미로운 문제를 푸는 법과 사람을 이끄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학교는 ‘임진왜란은 몇 년도에 일어났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라고 강요한다.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에 접속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어내기도 한다. 인터넷 사이트 ‘wikipedia’는 ‘빨리(wiki)’ 라는 뜻의 하와이 원주민 말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의 합성어다.

인터넷 사이트 ‘www.wikipedia.com’는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올리면 다른 사람이 이를 고칠 수도 있는 '집단지성' 방식을 사용하여 자신이 가진 정보를 올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정보를 고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wikipedia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와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사람을 이끄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학교는 사회적 지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가르칠 수도 있다. 교육력은 교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없는 혜택을 주기도 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인재들이 교직을 선택하고, 선택한 인재들은 교육의 중요성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살려 세계적인 인적 자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교사가 먼저 체험으로 배워서 익힌 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산교육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의 문제점으로는 텍스트에서 익힌 내용을 교사의 체험이 없이 다시 텍스트 상에서 학생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화석 같은 지식만 쌓여갈 뿐이다.

학교에 교직원이 있는 것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해서다. 當求捷徑은 마땅히 지름길을 구하라는 말이다. 공부에는 王道가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왕도는 있다. 지름길을 찾아가란 말은 요령을 부리라는 말이 아니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더더욱 아니다. 바른 방법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람은 없게 된다는 말이다.

대학입시의 논술시험을 잘 보려면 논술학원에 보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평소에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는 습관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좋다. 학원에 가면 답안작성 요령을 배울 수는 있지만,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면 생각나는 게 거의 없다는 말들을 듣는다.

평소에 많이 읽고 생각하고 써본 학생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끄떡없이 해결한다. 그것이 그 사람의 역량이 되어 평생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공부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지만 나는 볼 수 있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내 삶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공부여야 한다.

학교도 이제는 옛것을 답습만 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 학생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학생이 실제로 학교에 오고 싶어 오는 것인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학생의 삶과 꿈을 이해해야 한다. ‘전에 없던 새것은 없다. 모든 것은 옛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모범을 찾아라. 훌륭한 선례를 본받아라.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된다.’ 는 정약용의 가르침을 음미해 보고 실천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학생을 마음에 두고 모든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20년 후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해 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교사의 길을 생각하고 찾아오는 학교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자 말씀에 ‘君君臣臣, 父父子子’ 라는 말이 있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학교에서는 교사는 교사답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즉 구성원들의 언어, 행동, 복장이 지위와 역할에 부합해야 한다. 인생에는 중요한 세 가지 선택이 있다. 배우자의 선택, 가치관의 선택, 직업의 선택이다. 사람은 일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 선생님이 자신의 일터에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 일터가 안정되고, 학교도 제 기능, 즉, 교육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종이 위의 기적’ 이라는 말이 주는 교훈은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교육 활동을 시사하고 있다. 다산이 중요시 하는 교육 방법이 隨思箚錄이다.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은 붙들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어두는 방법으로 메모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우선시하는 교육이 이루어져 한다.

소리 내어 읽기를 행위적으로 나누어 보면 글을 보고, 의미를 생각하며, 입으로 말하고, 듣는다는 행위가 하나로 결합된 것이다. 이 네 행동을 한 번에 해내는 과정은 그냥 생각하거나 묵독할 때보다 뇌의 여러 부위를 적용시키는 힘이 있어, 뇌력 발달?집중력 강화?워밍업효과?기억력 및 암기력 강화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리 내어 읽기도 좋지만, 그저 읽기만 해서는 남는 게 없다. 제아무리 열심히 해도 공부 방법이 잘못되면 거둘 보람이 없다. 생각에 발전이 없고 나날이 성장하지 않으면 잘못된 공부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의 목표를 글로 써서 남겨둔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상위 3%의 사람들만이 목표를 글로 기록해 놓고 정진한다고 한다. 목표를 글로 정리해 두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성과가 10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그저 해오던 방식만을 고집하여 잘못된 길로 이끄는 교육의 폐단을 공동 사고한 결과, 학교 교육 병폐 중의 하나가 학생들이 교사의 요구에 대답만 하는 교육에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하고, 하루에 한 가지씩 교직원에게 묻게 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하교 시에는 반드시 점검을 한다.

정약용은 아들이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물어볼 데가 없다고 답답해하자, 질문 사항을 하나하나 메모해서 자신에게 보내 함께 토론해보자고 다그친 예를 ‘두 아들에게 답함’에서 볼 수 있다. 그때그때 생겨나는 의심은 반드시 글로 남겨 질문하거나 스스로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물고 늘어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력 제고를 위해서는 첫째, 교직원의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이고, 둘째는 학생들에게 묻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며, 셋째가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 한 사람보다는 둘이 더 낫다.’ 는 생각으로 교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학생들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묻는 기술과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교직원들도 동의하고 있다.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고, 쉴 새 없이 기록하는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우리 학교에서만이라도 습관처럼 기록하게 하고, 무조건 열심히 적는 교실 현장의 모습을 그려본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 없어 후회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행동 변용을 위해서는 교직원의 행동 변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Employees First', Kindness is the best policy' 라는 신념으로 교직원들의 간절한 바람을 파악하여, 교육시책에 반영하고, 학생들을 친절히 대하는 문화를 조성해 갈 것이다. 학생들의 변화는 존중과 친절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행동으로 ‘신뢰’를, 입으로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교육 현장을 기대해 본다.

문덕근 칼럼 070@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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