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근 교장의 강연 모습

배움과 생각, 이 중에서 어떤 게 더 중요할까? 배움이란 무엇이며 생각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孔子의 말씀을 한 번 음미해보자.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주는 의미를 교직을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울 학이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적호기심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창문이기 때문에 배움의 원천이다.

단지 배우기만 하고 배운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이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단순한 지식의 유입에 그치는 까닭에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생각은 머무는 기간에 따라 ‘일시적인 생각’과 ‘지속적인 생각’이 있다. 지속적인 생각은 진화되는 특성이 있다.

생각의 진화란 생각이 태도와 행동과 습관으로 점점 구체화되면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과 경험만을 소중하다고 여기게 된다. 따라서 생각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원천에 생각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배움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비결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 시절에 자신을 이해해주던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현재의 자신이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로 선생님에 관련된 2가지 사건이 생각난다.

1994년 추석 기간에 ‘돈 많은 자를 저주한다.’면서 잔인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5명을 연쇄 살인하고 인육을 먹기까지 한 「지존파」라는 범죄 조직이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지존파의 두목이 김기환이라는 청년은 초등학교 때 전교 수석을 하였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전교 148명 중 5등을 할 정도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2남 1녀가 힘겹게 살아야 하는 농촌의 불우한 가정 출신이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우등생이면서도 돈이 없어 미술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 늘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았다’고 진술하면서 어린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쓰라린 마음의 상처를 드러냈다.

반대로 1996년 5월 14일 동아일보에 ‘빌딩 주인 된 35년 전 소녀가장 스승 찾아 보은의 차 선물’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48세 된 심순희라는 주부가 초등학교 시절 병든 부모님과 세 동생을 혼자 보살펴야 하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처해 있던 자신에게 도시락도 나눠주고, 중학교 진학 등록금과 입학금까지 마련해 주며, 삶의 의지를 북돋워 주신 선생님을 수소문 하여 찾아 온 것이다.

제자가 선물한 뉴-프린스 승용차 운전석에 당시 인천 송월초등학교 교장인 조춘자 선생님이 앉아 있고, 제자가 차에 기대어 서 있는 아름다운 사진이 함께 실렸다.

학생 시절 환경은 비슷한 두 학생이었지만,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그들의 인생이 저주와 축복의 길로 가는데 선생님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상호작용은 가르치려는 사람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배우겠다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을 때 비로소 선생님을 존경하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 있을지라도 배우려는 사람이 마음에서 선생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요즈음 교육의 부재를 한탄하는 이유도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만나는 모든 교사가 완전하고 무결한 좋은 교사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한다. 자신의 수업이나 특별활동 지도, 생활지도, 그리고 자기반성, 자기발전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돌아다보고, 바림직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문성을 키워가는 교원, 제자들로부터 오래 기억되고 존경받는 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옛날에는 君師父一體라 하여 선생님은 임금님이나 부모와 동격으로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아서는 안 된다고 배웠던 시절을 회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그 이유를 사회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했기에 後見社會라 칭하였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살아 왔던 경험을 기초로 아직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인도할 수 있었다. 따라서 長幼有序와 年功序列이 중요시되었다. 이제까지 쌓아 온 경험만으로도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들을 지도할 수 있는 권위가 확보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개인 일이나 마을에서 발생한 어려운 일도 그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어른들을 찾아가면 해결되고, 그 분의 결정이 존중되었다. 따라서 어른들이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했기에 後見社會라 했다. 어린 시절에 한 번 배운 지식은 다시 배우지 않아도 한 평생을 써먹을 수 있었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즉, 노인들이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해결하기 곤란하거나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노인이었다. 때문에 경험 자체가 권위를 담보할 수 있어 長幼有序와 年功序列이 중시되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사회는 먼저 보고 선점한 사람이 유리한 先見社會이다.

지식이 권위를 담보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손쉽게 활용하려면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거의 영어로 되어 있어, 영어에 능숙해야 한다.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사람을 컴맹 또는 영어 의사소통능력이 제대로 안 된 사람을 文盲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따라서 요즈음 컴퓨터와 영어가 중요시 되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컴퓨터와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고 취업도 잘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한글만 떼도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컴퓨터와 영어는 의식주 해결의 기본이 되었다.

교원은 학교와 사회에서 지도자다. 지도자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물 길어서 도랑 만든다.’는 말이 있다. 물이 추종자라면 도랑은 지도자다. 지도자는 물꼬를 트고,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는 사람이다. 공자는 ‘지도자란 먼저 솔선수범한 뒤에 부하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정열을 보여주어야 한다. 즉 先之, 勞之, 無捲이다.’ 리더십이란 ‘행동으로 보여주고 말로써 이해시켜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에 들어 있는 무한한 메시지를 생각해야 한다. 솔선수범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러한 자세를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시작할 때에는 의욕이 넘치다가도 얼마 안 가서 싫증을 내고 해이해지는 것이 凡人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恒心이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식을 줄 모르는 정열이야말로 지도력의 요체이다.

우리 사회 병폐 중의 하나는 남을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학습(learning)이라는 의미는 보고 배운다(see+learning)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언어로 가르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학생들은 어른들이나 선배들의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거꾸로 오르기를 지도할 때, 학생에게 하라고만 하면 못 오르는 학생이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면 거꾸로 오르는 경험을 한 분이 많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교사의 최고 덕목은 솔선수범이라 할 것이다. 앞장서서 스스로 행동으로 보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 요소가 되어야 한다. 즉,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를 닮아라.’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築基堅礎라는 말이 있다. 터다지기를 소홀히 하면 주추가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공부도 이와 다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