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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덕근 보성남초등학교 교장 |
특히 중요한 일을 하라고 따로 실을 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학교장의 업무 중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경영 능력 발휘라고 한다고 여겨진다. 조직 경영능력은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저절로 몸에 베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특히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분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과거에는 행정이 전례에 따라 틀에 박힌 일을 그저 반복하던 시절에는 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누라 외에는 다 바꿔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의 변화가 격심한 환경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프로페셔널 매니저가 되려면 어떤 능력을 키우고 어떻게 생각하며 행동해야 하는가? 첫째, 교직원의 신뢰를 얻도록 자신을 관리하는 엔진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상관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몸으로 가르치면 말없이 쫓아오지만 말로만 가르치면 말로만 따라 한다는 말이 있다.
역사는 인간을 앞으로 맞이하지만 뒤로 평가하는 것처럼, 학생, 학부모, 교직원은 경영자의 치장한 앞모습이 아니라 평상시의 뒷모습을 보고 평가하며 배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자신의 뒷모습을 가다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람은 눈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경영자는 언어, 행동, 태도를 가다듬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직원이 학교장을 신뢰할 수 있도록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즉 마음과 행동을 가다듬어야 한다. 나라를 경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子貢의 질문에 공자가 답변한 내용 중에 ‘民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백성들이 믿고 따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사람이 죽음에 의하여 인생의 단락이 맺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학생, 교직원, 학부모로부터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란 서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믿어야 믿음을 줄 수 있으며, 존중해야 존중받을 수 있다. 세상을 믿다가 세상으로부터 배신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배신은 세상을 믿어야 할 때 믿지 않아 스스로가 세상을 닫아버린 배신이다. 세상은 믿어야 믿어지게 되는 것이며, 믿어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교육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며 공교육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효과를 논할 때 시급한 것이 학생, 교직원, 학부모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스스로를 존중할 수도,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도, 다른 사람의 존중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들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 불친절하고 예의 없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반면에 친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그런 ‘친절 딜레마‘가 인간관계 즉,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황폐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교장실은 가장 먼저, 가장 늦게 퇴근해서 언제나 불이 밝혀지고, 교직원들보다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며, 학생 교육을 위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의 의미를 실천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꿈의 직장을 만들어 가는 엔진실이 되어야 한다. 존중에 사랑을 곱하면 꿈의 직장 문화가 형성되어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학교는 언제나 놀이터요, 보람을 얻는 곳이 되지 않을까? 그리하여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교육 장소가, 교직원에게는 오늘이 즐겁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학교요, 언제나 오고 싶은 놀이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생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문화는 우리에게는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 학생을 존중한다는 것은 일종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입장만 생각하고, 상대에게 그것을 알아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다음 이야기는 꿈의 직장을 열어 가는데 음미해볼만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어느 마을에 다리를 저는 사람이 있었다. 철이 없던 그의 아내는 남편을 놀리느라 ‘절뚝이’라 불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절뚝이 부인’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부부는 짐을 싸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 철이 든 아내는 남편을 ‘박사님’이라 불렀다.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박사 부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예화는 학교 문화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존중해야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존중 문화의 힘은 ‘나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내 힘만으로는 어려우면 이걸 잘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하는 분위기로 꿈의 직장을 만들어 가는 'People First', 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의 경영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것은 선택이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은,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직장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낄 경우 직원들은 탈진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탈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이란. 일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갑자기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감으로 무기력증이나 혐오, 업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후군을 뜻한다. 존중은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그들이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 중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존중이란 다른 사람의 가치와 고유성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차이의 존중은 학교가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존중의 힘은 학교를, 더 나아가 세상을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존중의 힘은 교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들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면학 분위기가 형성되어,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저하 문제, 왕따, 학교 폭력 등의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Social network)를 맺고 살아간다. 즉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을 맺으며 상호간에 생각, 언어, 태도, 행동 등을 전염시킨다고 한다. 존중은 사람을 잇고 이어서 사회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또한 소속감과 연대감이라는 견고한 Social network을 더 촘촘하게 만들게 한다.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관계를 형성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자기 의견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고양되는 것이다. 사고가 활발해지고 자기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이 없는 인생은 망친 인생이나 다름없다’는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것이다.
존중의 힘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Key word이다. 아이를 책임감 있는 리더로 키우고 싶은 학부모, 교직원과 함께 똘똘 뭉쳐 세계 수준의 학교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은 학교 경영자 등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교육력 제고는 개개 학교의 학교장이 교육활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도하며 동시에 개개 교사들이 교육에 어떻게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학교장의 효과적인 지원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이는 학교 내의 어떠한 변화와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잭 웰치의 말대로 학교장도 교사도 너무 늦게 전에 변해야 한다(Change, before it's to late)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에 대한 누적된 불신과 ‘내 자식 잘 되면 그만이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어우러져,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출혈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명의 아이도 낙오 없게 하고, 정상을 향하여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No child left behind', Race to the top') 할 것이다.
교장실은 두는 이유는 학교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세계 속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상호간에 신뢰의 바탕 위에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 보람을 느끼는 꿈의 직장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학교 구성원 모두의 열정과 헌신이 필요하다. 나도 이제까지 익힌 Know how와 경험, 열정을 바쳐 꿈의 직장 문화 형성에 일조할 각오이다.
국가, 도차원의 교육정책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학교장이 해야 할 일을, 아이들의 불평과 아픔을, 바램을, 학부모 한숨을 찾아서 ‘창조’의 씨앗을 발견하기 위해 교육공동체와 협력해서 바람직한 성과를 도출하는데 열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기쁨이라는 보너스를 가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아픔을 감지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우리는 많고 많은 불평꾼들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은 ‘학생은 가르침의 생산품’이라는 신념으로 학생 곁으로 학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장실은 다른 기관의 시책을 그저 따라만 하는 피동적이고 수용적인 기어 문화(Gear Culture)의 역할이 아니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수행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하는 환류 시스템을 갖춘 완전한 공교육 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존재해야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완전 학습 수준으로의 학력 제고와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을 겸비한 바람직한 인성, 즉 ‘인성이 곧 학력’이라는 신념으로 점철된 학교 교육의 심장, Control Tower로서의 엔진 문화(Engine Culture)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개별적 다양성과 전체로서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을 실현해 나가는 미래 지향적 학교 모델을 꿈꾸어 본다. 꿈이 있어 행복한 학생, 꿈을 심어주는 학교,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교직원이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갈 것이다.
학교장은 각자의 약점을 강점으로, 결점을 개성으로 승화시키는 조율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자신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신뢰와 꿈으로 영글어진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이번 겨울방학은 교육계획 수립에 몰두할 생각이다.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는 안일한 사고에서 벗어나 철저한 준비만이 교육자의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겨울방학, 우리 아이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그리는 겨울방학, 나에게도 2011학년도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즐겁고 소중한 겨울방학을 기대한다.
문덕근 칼럼 070@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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