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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아포리즘] 소강석 목사“주님 향한 연서와 주님 앞에 받은 은혜 간증하다. 소명 받아”“문학계 대선배들 역시 시인 목사이고 전문가 뺨치는 문학적 소양과 자질도 갖추었다”
주윤성 기자 | 승인 2022.01.23 09:15
“아쉬움은 그리움을 불러 올 때가 있어요.”
 
저는 지난 화요일 남서울 밀알학교에서 열린 창조문예 300호 출간과 시상식에서 설교를 하였습니다. 거기에는 문학으로 말하면 대선배, 큰 어른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설교를 좀 빵빵하게 준비해 갔습니다. 새로운 관점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언어와 현란한 단어들을 쓰려고 노력 했습니다. 설교 제목은 ‘사과나무 아래서 쓴 연서’였습니다.
 
유대전통에 의하면, 술람미는 솔로몬의 사랑을 거절하고 도망갔습니다. 그러다가 지쳐 사과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을 때 솔로몬이 다가와 땀을 닦아주며 마음을 전하자 술람미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술람미가 솔로몬왕의 부인이 된 이후부터는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 아래에서 연서를 쓰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술람미 여인처럼 사과나무 아래에서 연서를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글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 주님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연서, 둘째 본향을 향한 근원적 사랑과 향수의 글, 셋째 영혼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의 글, 넷째 그러나 때로는 시대와 역사를 깨우는 희망과 선지자적이고 선포적인 글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느끼기에도 그렇고, 문학계 대선배들이 “역시 시인 목사이고 전문가 뺨치는 문학적 소양과 자질도 갖추었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특별히 발행인이신 임만호 장로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임 장로님은 80세가 넘으신 분이신데, 그분이 인사 말씀을 하시면서 느닷없이 자기 고향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자기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서 손양원 목사님 노래를 많이 불렀다는 것입니다.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내 주님 오시기만 고대합니다...(생략) 먼 하늘 이상한 구름만 떠도 행여나 내 주님 오시는가 해 머리 들고 멀리멀리 바라보는 맘 오 주여 언제나 오시렵니까...” 그때 자기는 “어쩌면 이렇게 손양원 목사님은 문학적 소양이 깊으실까”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불러 봐도 가사가 참 신앙심뿐만 아니라 문학적 소질을 가지고 썼다고 느껴집니다. 요즘 음악의 패턴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저희 세대만 해도 그 노래를 많이 불렀거든요. 그런데 임 장로님은 손양원 목사님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나도 이런 문학인이 되고 싶다. 나도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또 쓰고 습작을 하고 또 하면서 시인이 되고 문학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나도 좀 고급스러운 언어의 설교보다 저렇게 소박한 이야기를 할 걸” 그런 아쉬움이 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교회를 나갈 때 신앙심을 가지고 나간 게 아니거든요. 그냥 우연히 후배 따라 한 번 나간 것입니다. 그것도 제가 다니던 군산제일고등학교를 비하한다는 여학생들을 혼내주러 갔다가 그만 교회에 깊숙이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저를 교회에 깊숙이 들어가게 했던 매혹적인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게 ‘문학의 밤’이었습니다. 저는 그 문학의 밤을 준비하고 또 문학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학적 소양을 발휘해 시를 써서 발표했거든요. 그러다가 교회에서 주목을 받고 인기 만점 소년이 됐습니다. 그후로 주님을 향한 연서도 쓰고 또 주님 앞에 받은 은혜를 간증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 소명을 받고 오늘의 목사가 된 것이죠.
 
그리고 성경을 보니까 시편뿐만 아니라 선지서까지도 시적 은유와 운율을 갖추고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릴 때의 소질을 살려 시인이 되고, 그냥 시인이 아니라 11권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이 된 것입니다. 이런 간증을 하면서 문학적인 얘기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굉장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강단에 올라가서 설교를 다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행사를 끝까지 다 참석하지 못하고 도중에 교회로 오면서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은 그리움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어느덧 제 마음은 고교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기숙사 2층, 3층에서 뛰어내려 사감 몰래 교회를 가던 일, 까까머리 청순한 소년이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시를 써서 발표하던 일, 그리고 마침내 주님께 소명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 신학교 가던 일... 정말 다시 생각해 봐도 저의 젊음은 소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후로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그 까까머리 소년의 청순함과 순수함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수함과 청순함의 진정성으로 지금도 저는 순수시대를 꿈꾸며 시를 쓰는 목사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날 설교에 아쉬움은 좀 있었지만 그 아쉬움 때문에 옛날의 그리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아쉬움과 그리움이 제 마음속에 여전히 공존하고 있습니다. 성도 여러분들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을 겁니다.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아쉬움이 그리움을 불러온다는 걸 말입니다.

주윤성 기자  newsa@new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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