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김범태

글/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김범태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과태료 폭탄’의 얘기가 이번 6.4지방선거를 앞두고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과거 어느 지역에선 마을 주민 모두가 과태료 폭탄으로 쑥대밭이 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최근 해남군 주민 49명이 전남 도지사 입후보 예정자의 지지 모임에 참석하여 식사대접을 받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돼 2천684만9천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어 1인당 51만~8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할 처지가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예년과 달리 우리 지역의 기득권세력으로 군림했던 특정당이 기초자치단체선거의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출마예정자들의 과열양상이 심각한 상태라는 점에서 선거권자들에게는 온갖 유혹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어 이러한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공직선거법 제261조는 “제116조를 위반하여 금전•물품•음식물•서적•관광 기타 교통편의를 제공받은 자는 제공 받은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기부행위로 인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관한 엄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법 규정이 있음에도 불법적인 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공직선거법의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동법 제224조를 보면 “소청이나 소장을 접수한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은 선거쟁송에 있어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한 규정은 사실상 당선되면 그만일 수밖에 없는 추상적인 규정으로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위법행위의 개연성만을 가지고 처벌을 할 수 없는 법 규정과 위장 불법행위를 할 수도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동 조항을 ‘선거 결과의 영향’ 여하를 떠나 엄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기부행위와 관련한 원인을 제공한 후보자나 당해 정당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기부행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될 뿐만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기부행위를 제공받아 과태료를 물게 되는 선거권자가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기부행위로 말미암아 부과되는 과태료의 성질상 선거권자가 부담하는 불이익뿐만 아니라, 기부행위와 관련된 입후보예정자 등 모든 관련자에 대한 엄한 처벌만이 이러한 위법행위를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먼저 선거권자의 민주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그러한 위법행위로 인한 대가는 고스란히 선거권자의 몫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선거권자 각자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기부행위로 보이는 위법행위에 참여하지 않아야 된다. 특히 여러 형태의 기부행위로 인한 결과는 선거의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저해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선거권자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