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민주주의의 토대를 향한 투자이다. 특히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우리나라는 복지가 사람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발점이며 고용창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또 복지는 내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수출만으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내수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복지증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제력을 넘어서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복지는 재정지출과 세금부담을 키워 결국은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근로하려는 의지를 손상시켜 전반적인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고비용-고복지 체제'로 인한 부작용은 유럽의 재정위기에서도 현실적으로 나타났다.

현대사회에서 노령, 실업, 산업재해, 모자가정, 질병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며 국민의 권리이다. 특히 저 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에 전략적으로 복지인프라를 구축해가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선제적으로 이 같은 예방적 복지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 복지지출 비용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만능주의는 오히려 사회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을 저상시키고 국가의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한번 달콤한 복지 맛에 길들여지면 이를 줄이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점도 깊이 새겨두어야 할 점이다. 따라서 복지증진을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재원조달 문제와 복지 인프라 확충의 방법론 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떤 식이든 복지 재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한, 그것은 공허한 말에 불과할 뿐이며 혹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에는 재정악화 등 커다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민들이 당면한 민생고 문제는 복지를 강화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려면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고, 집값을 낮추며,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정한 경쟁규칙 아래 독과점 폐해 없이 일반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건전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근본적 해법이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우리는 바람직한 복지수준과 모델을 찾아서, 이를 정립해나가야만 한다.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인의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과 복지는 자전거의 두 바퀴이다. 즉 ‘성장→일자리 창출→경제민주화→복지’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소위 생산적 복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