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가는 발걸음

<장애인 여류 화가 이주연 님과 함께한 ‘Hug World’ 토크 콘서트>

화요일 저녁이었다. 낮에는 덥지만 저녁에 되면 옷깃을 다시금 여미게 되는 쌀쌀한 날씨. 쌀쌀하다는 단어가 잘 어울리지 않는 봄이지만 그날의 저녁도 쌀쌀했다. 저녁 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곳은 Hug World의 토크 콘서트 현장. Hug World는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사람 들과 외톨이들을 위한 연구 봉사단체로 소속되어 있는 음악가들을 통해서 자선공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는 뜻깊은 단체이다. 물론 음악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00여 명에 달하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각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단체인 Hug World가 개최하는 이번 토크 콘서트 주인공은 장애인 여류 화가 ‘이주연’님이 셨다. 사실 이주연 님을 만나기 전 들은 정보는 장애인 화가라는 것이 전부였기에 당연히 몸놀림이 편하신 그런 분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콘서트 장소에 도착하여 보니 휠체어에 앉아 계시는 미소가 아름다우신 분이 있었다. 다른 것보다 아름다운 미소에 그분이 바로 이주연 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시작한 서울 생활 그러나..

따뜻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닌 이주연 님은 원래부터 장애인이 아니었다. 25살이던 여름, 어려운 집안 환경을 이겨내 보고자 친구의 권유로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부모님 역할을 도맡아 하던 장남이셨던 큰 오빠마저 세상을 뜨자 생계는 어려워졌고 그 때문에 더 단단하게 자랐던 주연님은 서울에서도 씩씩하게 지내셨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몇 개월 채 지나지 않아 주연님은 옥상에서 떨어지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이 사고로 경추 3,4,5번을 다쳤고 당시 의사들은 이 환자는 살 수 없으니 장례 준비를 하라고 할 정도의 큰 사고였다. 하지만 같이 살던 친구와 집주인은 일단은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는데 호흡기를 달고, 소변 봉투를 달고 있던 주연님은 집으로 오자 편하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죽을 목숨은 아니구나’ 하며 간호에 매달리기 시작했지만 주연님의 괴로움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

친구 분과 지인들 중 제대로 된 치료법을 아는 이가 없어 주연님을 그대로 누인 채로 간호하여 극심한 욕창이 생기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간신히 깨어난 정신을 잃을 때가 많았다. 처음부터 가난하게 서울 생활을 시작했고 친구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온 터라 주연님은 돈이 생기면 병원에 가고 좀 나아지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집으로 오는 생활을 반복하여 온몸에는 상처가 남았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주연님 곁에는 친구가 늘 있었고 얼굴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주연님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주연님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나님은 어찌해서 내게 이렇게 시련만 주시는 걸까’하는 생각에 매일이 힘겨웠고 매일에 지쳐갔다. 이런 상황에서 주연님과 친구는 더 이상의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돈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집까지 빼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곁에서 자신으로 인해 친구가 서울로 와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그리고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나로 힘들었을 친구를 위해 주연님은 꽃동네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희망의 불씨를

그동안 주연님은 병원과 집만 오갔고 집에서도 전혀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다른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꽃동네는 주연님과 같은 장애인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보고 주연님은 ‘이들 모두가 나와 같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존재 이구나’라는 생각에 세상에 버려진 외로움을 사무치게 느껴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그러던 중 주연님은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나를 살려준 이들에게 헛되이 노력한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연님의 그림은 파스텔 톤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닮아 따뜻하다.

그림을 만나기 전까지 주연님의 삶은 지침과 외로움과 슬픔이 가득했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삶에 의욕이 가득했고 늘 도전하기를 꿈꿨으며, 희망을 가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어 갔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일방적 도움만 받았다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로는 도움을 받아도 따뜻한 그림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마음으로 보답해 나갔다.

지금 주연님은 꽃동네를 나와 늘 푸른 집에서 지내시며 더 활발한 그림활동을 시작하였다.
비록 남들보다는 좀 불편하고 약한 몸, 생활에 빠듯한 적은 연금이 주연님의 예술 활동에 어려움을 줄지라도 이것들은 주연님에게 그 순간 눈만 질끈 감으면 해결될 작은 부분일지도 모른다.

주연님의 강연이 끝나고 바리톤 최윤성 님과 소프라노 김지선 님의 공연이 이어졌다.

총 다섯 곡이었는데 그중 ‘내 영혼 바람 되어’라는 곡을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노래에는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 되어 그대 곁에 머물지니 울지 마오’라는 뜻이 담겨 있었지만 내게는 주연님의 말이 마음에 남아서 그런지 ‘살아있는 우리의 영혼 또한 바람처럼 자유로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이렇게 초조해하고 움츠려 있나’ 이렇게 들려왔다. 돌아보면 살아오는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후회나 좌절을 불러오기도 하고 기쁨과 희열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이 가져오는 어두운 부분으로 인해 그 자리에 멈춰 서 선택을 포기하려고 한다. 주연님을 말씀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시작을 그리고 선택을 두려워 말자, 모든 것은 그 순간만 이겨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겨내는 순간 우리에겐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찾아오게 된다.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주연님의 그림 성모님의 미소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나를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장재규 기자  jabin14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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