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안산주민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2014년 4월 16일. 정확히 일 년 전, 진도 팽목항에서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제주로 향하던 중 침몰한 사건. 당시 295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망자를 내며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망자 중 250명이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었다. 단 하루만에 250명의 친구를 잃은 74명의 생존자와 아들과 딸을 잃은 유가족들, 그리고 안산 주민들, 더 넓게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울부짖었던 사건.. 1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참사를 지켜봤던 많은 이들이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호소하여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증상을 우려했고, 그 우려는 현실화 되었다. 세월호의 생존자와 유가족들 등 직접적으로 이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을 정신적 충격 증상이 어느 참사보다 희생자 규모가 막대했던 점, 희생자의 대다수가 고등학교 2학년인 어린 학생이라는 점, 사고수습이 장기화되며 정부의 늦장 대처 등이 전 국민이 PTSD를 겪는 후유증을 낳았던 것이다.

저자 역시 작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당시, 교복을 입고 길을 걷는 어린 학생들만 봐도 주최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던 시기를 견뎌내야 했다.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 SNS와 TV,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한동안 멀리했고, 되려 신나는 음악을 듣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다분한 노력을 했지만, 이미 많은 축제들이 취소되고 거리에 나가면 온통 노란 리본의 애도와 추모의 물결만 일렁일 뿐,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음악소리도, 그렇게 울려대던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조용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울증이 한 층 더 심각해 졌던 것을 기억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안산시의 일부 주민들, 생존자들과 유가족의 일부는 뒤늦게 생겨난 트라우마나 정신 장애로 인해 전보다 더 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기억하는 방법과 극복하는 방법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우리가 기억을 해야 하는 것은 이 도시에 존재하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문제로 인해 무수한 희생자를 낳았던 사건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각 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우울한 감정들이다. 특히 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라 더욱 세심한 관심으로 이 상황의 극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모든 생존자나 유가족들이 PTSD를 겪는 것은 아니다.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발판 삼아 외상 후 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역경을 뛰어 넘어 더욱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겨내는 경험은 우리네 삶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경험을 통하여 인생을 배워나가는 것이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이것은 행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을 어떻게 기억을 하고, 어떻게 극복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삶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나뉜다.

결국, 개개인에게 찾아오는 시련과 아픔이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지나며, 마냥 애도와 추모의 물결에 좋은 봄날에 마음이 울렁거려 온 국민이 또 다시 우울증에 빠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슬픔과 추모로 이 날을 보내는 것 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안전불감증’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외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간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희생자들 역시 당신이 우울해지는 것보다 남아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친구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길 바랄 것이니..

노현영  iamtohkk@naver.com

<저작권자 © 뉴스에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